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5월 17일 ~ 2016년 5월 22일
우기곤. 29.7 x 42.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5
사진 속에, 그리움이 깃들일 수 있는 ‘현실의 공간’을 짓다
낮은 학교 건물, 똑같이 규격화된 창문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 것은 창틀마다 매달린 아이들이다. 어떤 아이는 턱을 괴고 운동장을 내려다보는 중이고, 어떤 아이는 창밖으로 두 개의 지우개를 탁탁 맞부딪혀 하얀 분필가루를 털어내는 중이다. 복도를 뛰어가는 아이들의 왁자한 웃음소리, 달음박질 소리가 교실 창밖을 넘어 향나무 우듬지에 내려앉는다. 게양대 위에서 태극기는 바람에 날려 펄럭이고, 이 모든 소란에도 아랑곳없는 것은 오직 화단 가에 앉아있는 ‘독서하는 소녀’ 흰 석고동상 뿐이다.
‘국민학교’ . 컴퓨터 한글 자판을 치면 한사코 ‘초등학교’로 바뀌지만, 그래도 어떤 이들의 기억 속에 유년 시절의 학교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 다. 쓰임을 다한 이 명사처럼, 많은 학교들이 이제는 비워지고 버려지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되어 간신히 옛 시절의 낡은 외형만을 간직한 채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무언가를 부여잡는 일이라면, 사진가 우기곤은 남아 있는 학교의 외관과 사물들을 사진으로 부여잡고자 했다. 사진 속에 건물과 사물을 불변으로 안착시킴으로써, 그리움과 향수(nostalgia)가 깃들일 수 있는 ‘현실의 공간’을 건설하려 한 것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국민학교’ 들을 찾아다닌 것이 그 때문이다.
수련원으로, 음식점으로, 마을회관으로 용도를 달리하는 곳도 있었지만, 학교들마다 여전히 국기게양대는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 있고, 그네는 햇살을 앉힌 채 흔들렸으며 독서하는 소녀는 화단 가에 앉아 고개를 갸웃한 채 책을 읽는 중이었다. 작가는 마치 인물의 증명사진을 찍듯이 이 풍경과 사물들을 반듯반듯하게 사진에 담았다.
너른 운동장에는 자신이 ‘국민학교’ 시절에 앉았던 것과 똑 같은 크기의 작고 흰 의자를 두어, 슬쩍 유년의 자아를 개입시키기도 했다. 이 하얀 의자는 이제는 너무 커버려 더 이상 그 시절의 작은 의자에 앉을 수 없는, 지금의 자신에 대한 은유이기도 했다.
이번 작업 <그리움, nostalgia>는 현재에서 과거로, 또는 현재에서 현재의 어느 다른 지점으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는 점에서 <내 안에 있는...Ⅰ>, <내 안에 있는...Ⅱ>, <또 다른 존재Ⅰ>, <또 다른 존재Ⅱ> 등 그동안 작가가 선보여 온 여러 전시들과 흐름을 같이 한다.
<그리움, nostalgia>의 사진들을 통해 그의 여정을 쫒는 것은, 어느새 우리도 보이지 않는 작은 의자를 사진 속의 작고 하얀 의자 옆에 나란히 두는 일일 것이다.

우기곤. 35.5 x 27.9 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5

우기곤. 35.5 x 27.9 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5

우기곤. 29.7 x 42.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5

우기곤. 29.7 x 42.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5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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