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보안여관
2026년 5월 28일 ~ 2026년 6월 21일
카타리나 헤알 1)
≪말하는 벽 불경한 혀≫는 우리를 고통받게 하는 자들에 대한 패러디적 고발이다.
누군가는 패러디가 냉소적인 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사실 공감에서 나온 실천적 태도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우화를 전해주어야 할 것 같다. 거센 바람이 불던 어느 날, 오래된 어촌 마을의 흙이 우주언 앞에 솟아올라 자신의 고통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제부터 ‘땅의 조각(Piece of Land)’이라 지칭할 이 흙은 자신이 견디고 목격해 온 것들, 곧 가장 비열한 형태의 폭력에 대해 긴 독백을 이어갔다. 그는 강력한 산업 집단의 식민지배를 당하며 억압과 권위주의, 오염과 폭정을 겪었다. 대반란 후 수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땅의 조각은 과거 착취의 결과를 감내하고 있었다. 그의 피부는 이후의 지배자들에 의해 정화되었을지 모르지만, 건강과 풍요를 돌보겠다는 약속들은 정치적 연극에 불과했다. 땅의 조각이 이야기를 끝맺기도 전에 폭우가 쏟아졌다. 바람이 계속 불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입자들이 서서히, 정직함도 공감도 없는 정치적 담론에 대한 절망의 합창에 합류했다. 입자들이 모여들었다. 도처에서, 모든 시대로부터 모여든 새로운 흙덩이가 이제 애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때, 작가는 그들을 위해 ≪말하는 벽 불경한 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 전시는 잃어버린 미래와 유령에 붙들린 현재의 기록이다. 이 곳에서 우주언은 모든 깨진 약속의 장소들을 연결하고, 언어의 수행적 행위를 드러내며, 진보라는 거대한 허구와 미래에 관한 집요한 거짓말들을 허문다. 여기에서 우리는 영원히 순환하는 그물망 속에서 파편화된 시간성들이 펼쳐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기억들은 팔림프세스트2)처럼 층층이 쌓이고, 지워진 삶들 사이의 간극은 미래가 피상적인 개념으로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인 듯 이야기된다. 작가는 아주 잘 알려진 비밀들 위에 허구를 덧씌우는 방법으로 이를 수행한다.
내가 작가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여성적 형상들은 계속 청소를 하고 있었다.
청소의 범위—가정적이든 국가적이든—는 해석에 열려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작가 자신도 포함될 이 바구니-여성들(basket-women), 어슐러 K. 르 귄의 표현을 느슨하게 빌려보자면, 이 채집자들에게… 세상은 걸맞지 않다. 그들이 우리를 조용히 품고 길러온 덕분에 우리는 마침내 사냥을 나가고 땅을 침략하고 공허한 약속을 남발한 남성 영웅들을 중심으로 역사라는 허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세상이 걸맞지 않은 자들이 집단적 존재와 우리의 몸, 그리고 이 땅을 지탱해왔다.
나는 이 글을 ≪말하는 벽 불경한 혀≫가 우리를 고통받게 하는 자들에 대한 패러디적 고발이라는 말로 시작했다. 글을 마무리하며,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이 고발은 하나의 회상이며, 우주언의 작업을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질문들에 응답하는 에코페미니즘적 실천의 표현으로 만든다. 바넷 뉴먼은 “인간의 첫 번째 울음은 노래였다(man’s first crying was a song)”고 말하면서 이는 “공허 앞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표현한 것이라 했다. 이 문장에 약간의 여성적인 반짝임의 마법을 더해 젠더를 해체해 보자면, 여성의 첫 울음 역시 노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래는 분명 땅의 풍요를 향한 희망과 경의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알고 있고, 가르친다. 땅은 발바닥을 타고 우리 몸 전체로 흘러들고, 우리의 몸은 다시 우리 노래의 목소리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 이후에 올 몸들은 이 기억을 기리거나, 자신들의 가장 깊은 감정에 맞서 싸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땅은—하나이자 모든 조각이—그 뒤를 따를 것이다.
1. ≪말하는 벽, 불경한 혀≫는 우주언이 포르투갈 바헤이루의 레지던시 PADA Studios에 머무르며 시작되었다. 카타리나 헤알은 이 곳의 레지던시의 게스트 큐레이터로 작가를 만났다.
2. 종이가 발명되기 전, 양피지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 원래 쓰여진 문자를 갈아내거나 씻어 지운 다음 그 위에 다른 내용을 기록하던 행위나 그렇게 만들어진 양피지 사본.
주최 및 주관 : 우주언
협력 큐레이터: 박세진
제작 및 설치: 공작실
서문: 카타리나 헤알
대화: 김신재
사진: 임효진(서울저널)
그래픽 디자인 : y!
미디어 설치: 명성미디어
사진 : 안중필
감사한 분들: 팀 랄스턴, 타니아 게이로투 마르셀리누, 양하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출처: 통의동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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