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2018년 9월 7일 ~ 2018년 10월 28일
이미주, 비밀의 화원, 나무에 페인트, 가변사이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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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의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2018」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합니다. 올해 전시공모의 주제이기도 한 '헬로우! 1974'는 우리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과 열정에 대한 기억과 공감을 비롯하여 ‘도시’와 ‘공공성’을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 혹은 역할들을 지지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가치 있는 ‘스타성’을 지원하려는 의미입니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예술지원센터로서 더 나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공모에 의해 선정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8년 유리상자 네 번째 전시, 전시공모 선정작 「유리상자-아트스타 2018」Ver.4展은 디자인을 전공한 이미주(1982년생)의 설치작업 ‘비밀의 화원’입니다. 이 전시는 버려진 화원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들을 오려서 여러 층으로 겹쳐 세우는 입체회화 혹은 회화설치로의 확장을 통하여, 자신과 세계를 긍정의 상태로 변화시키는 설계이자 조형 행위입니다. 또한 지금, 여기의 서정적抒情的 상태를 발견하도록 오랜 시간동안 작가 스스로 ‘자신되기’를 탐구하며 예술과 삶의 의미를 찾고 보이지 않았던 이면裏面을 찾는 미술행위의 흔적이고, 그 흔적이 관객과 만나서 충만감充滿感을 공감共感하는 즐거운 상상想像이기도합니다.
이번 전시는 ‘삶이 무엇인지?’, ‘우리시대 예술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세계의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작가 자신의 태도를 조형화하여, ‘보호하는 공간’으로도 보이는 4면 유리의 유리상자 공간에 담으려는 설계로부터 시작됩니다. 유리상자 공간은 한 폭의 펼쳐진 회화처럼 아름다운 색상의 면과 선, 점들이 넘실거립니다. 먼저, 커다란 고양이가 보입니다. 두개의 앞발과 피곤한 듯 충혈된 두 눈, 꼬리 등. 그리고 그 사이로 들에 핀 잡초, 이국의 여인, 망아지, 소녀의 얼굴, 다양한 색상의 나팔꽃, 이름 모를 문양의 묶음, 세포 무늬의 나비와 허물, 나무, 돌, 지렁이, 커다란 손 등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대상의 부분을 그린 40여개의 평면그림 개체를 공간의 사이사이에 겹쳐 세워놓은 탓에 정면, 측면, 후면 등 관객의 이동 시점에 따라 이들 이미지들의 전체는 다른 형태로 보입니다. 이 전시의 내용 참고는 1909년 출판된 영국 출신 미국작가 프랜시스 버넷의 동화 ‘비밀의 화원 The Secret Garden’을, 형식면에서는 19세기에 출판된 에드윈A. 애벗의 ‘플랫랜드 Flatland’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비밀의 화원’은 인도에서 살던 영국인 소녀 메리 레녹스가 부모의 죽음을 계기로 영국 요크셔의 귀족인 고모부 집에서 살게 되면서, 고모부가 버려둔 화원을 아름다운 화원으로 변화시킨 것을 계기로 아들의 병약함, 부인과의 사별 등으로 절망하여 침울했던 집안이 행복을 되찾는다는 줄거리입니다. 또 다른 참고서 ‘플랫랜드’는 수학적 상상력과 신랄한 풍자로 공간과 차원의 신비를 풀어낸 최초의 SF 수학소설로서, 2차원 세계의 한 사각형이 북쪽으로만 인식하던 것을 ‘위로 솟아난다.’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서, 사물의 두께를 통해 3차원을 경험하고 공간과 차원을 새롭게 인식하는 이야기입니다. 비밀스러운 변화와 차원을 달리하는 신비로 연결되는 이 참조는 작고 연약한 것에 대한 관심과 보호라는 주제와 2차원에서 3차원으로 구축되어 살아나는 회화 구현방식의 해석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살아있음’의 충만감에 관한 작가 자신의 경험 서술로 이해됩니다. 작가는 자신을 가리고 있던 현실의 수많은 허위로부터 분리된 몇 년간의 이주移住와 언어 대신 그림으로 소통을 시도했던 경험으로부터 자신의 안에 있는 ‘자신되기’ 이야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작가는 길고양이와 잡초, 들풀 등 눈여겨보지 않았던 작고 연약한 것들에 대하여 주목하고, ‘무엇인가가 되지 않아도 됨’을 받아들이며 동시에 순수하게 그림을 그리는 유희적 살아있음의 행위를 다시 깨우칩니다. 그리고 기존의 전통적 화법과 공간감을 무시하고 자기 ‘자신되기’의 태도를 그림그리기로 드러내면서, 2차원의 평면 회화에서 3차원의 입체 설치로 자유로운 드로잉을 시도한 것입니다.
이미주는 자신의 작업을 통하여, ‘비밀의 화원’의 상태처럼 ‘꿈’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제시하고, 우리가 대면하는 불완전한 현실 시․공간에서 근원적인 세계의 균형을 제안합니다. 자유로운 상상에 의한 회화의 일부를 오리고 잘라서 바닥에 세우거나 천장에 매다는 과정, 또 면과 면을 연결하여 단위 이미지를 만들고, 이들을 겹쳐서 커다란 전체 덩어리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그 위에 색채와 드로잉 행위를 더하는 작가의 미술행위는 비밀스러운 정원에서 자신만의 무엇을 발견하는 창조적인 ‘충만감’에 다름 아닙니다.
눈앞에 펼쳐진 유리상자는 점, 선, 면에서 입체로 나아가며 새로운 조형의 본질을 찾아가는 작가의 미술행위와 경험, 그 이면에 충만하게 깃든 변화의 세계를 발견하는 태도이며, 인간 삶의 변화 과정에 관한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려는 미적 신념의 기대와 그 공감입니다. /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정종구
작가 노트
그저 그리는 게 좋던 유년시절 이후,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그 언저리를 맴돌며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녔다. 무분별하게 생산-폐기로 반복되는 디자인의 패턴이 궁극적으로 그들(디자이너들) 삶의 존속을 위한 속임수는 아닐까 하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순수하게 그린다는 것의 유희를 다시금 알게 되는데 25년 정도 걸린 것 같다. 내 안에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게 된 계기는 수많은 껍데기로부터 나를 물리적으로 분리하고-바르셀로나로 이주-부터였다. ‘무언가 되지 않아도 됨’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눈에 보이는 광경들을 아무런 목적 없이 담아보고 싶어졌고 그러한 행위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일상은 소소하지만 강렬한 힘이 있다. 내 생각, 사상, 감정들은 열심히 연필로 면을 채워나가며, 빼곡히 물감 칠하며 또는 부드러운 표면을 구현해 내는 등의 온전한 ‘작업 과정’ 중에 연소돼 버린다. 반복적 노동 행위 중에 메시지나 이념들은 사라지며 한 덩어리의 시선만 남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표면적으로 각기 다른 감성, 상황에 처해있지만, 그것들의 뿌리를 따라가면, 중심에는 비슷한 기쁨, 슬픔 그리고 깨달음 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내 기억과 꿈 그리고 해석들로 채워진 작업이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깨우고, 그리하여 일상의 작은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작은 이벤트처럼 자기만의 공통분모와 연결될 수 있는 그런 한 켠이 있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 작가 이미주
작가만남
2018. 9. 13(금) 오후 6시
워크숍-시민참여 프로그램
제목 : 비밀의 화원
일정 : 2018. 10. 13(토) 오후 3시
장소 :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대상 : 10세 이상 누구나
참가문의 : 053-661-3526
내용 : 나만의 비밀의 화원에 숨겨두거나 보호하고 싶은 것들을 종이에 그려본다. 동, 식물이 될 수도 있고 제한 없이 다양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 그것들을 오려서 카드 형식으로 제작하고, 나의 화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참가자와 함께 나누어본다.
출처: 봉산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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