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2016년 6월 28일 ~ 2016년 7월 31일
폴 비릴리오는 ‘셀러브리티와 셀러브레이션’에 관한 한 인터뷰에서 카프카를 20세기의 절대적으로 유명한 ‘무명’으로 꼽고 있다. 그는 또한 카프카를 전형적으로 은밀한 책략적 작가로 상정하며, 그의 문학에서 그리고 삶에서 ‘나타나지 않으려는, 알려지지 않으려는’ 카프카의 시도가 작가로서 그리고 작품의 운명을 구원했다고 본다. 물론 카프카가 유명해지기 위한 전략으로 죽기 전에 친구에게 자신의 작업을 모두 불태워 달라고 유언하지는 않았겠지만, 비릴리오에 의하면 카프카의 이러한 은둔, 사라짐에 대한 열망이 역설적으로 그를 유명해지게 했고 그의 작품을 영원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는 유명인과 무명인으로 구분되는 시대다. 알려지기 위해서 초고속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우리 시대는 알려지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강박증과 알려지기가 무섭게 사라지기도 한다는 공포감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어떻게’ 유명하게 되며, ‘어떻게’ 무명으로 남는가에 대해서, 진정한 의미의 유명 혹은 무명이 무엇일 수 있을까, 자신만의 유명과 무명 혹은 유명한 무명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없다. 비릴리오의 생각처럼 카프카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유명한’ 무명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카프카가 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명한 무명》전이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것이 광속으로 변화하는 21세기에 작가로서 출현과 소멸, 등장과 은둔, 유명과 무명의 가치는 어떤 것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들을 열어두었으면 한다. 이러한 질문들은 바로 작가적 삶의 태도, 작품의 운명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무명》은 전시의 주제가 아니라 전시가 던지는 질문다. 이 질문에 물론 정답은 없다. 다만 많은 가능한 입장들이 있을 것이고, 《유명한 무명》전이 그것을 찾고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유명한 무명》전은 김영나, 김희천, 오민, 이윤이, 남화연, 베리띵즈, EH(김경태)의 신작과 구작으로 구성되며, K1, K2 1층과 2층에서 이들의 작품들은 서로 시각적 끌림에 의해 자연스럽게 믹스되고 연결된다. 《유명한 무명》 전은 7명의 각기 다른 다양한 입장들이 동일한 시공간에서 각각의 차이를 드러내고, 그 차이들은 불확실성, 깨지기 쉬운 존재, 변화 가능한 가치, 그리고 그 어떤 동질화, 획일화에 대한 정묘한 저항을 제안한다. 또 한편으로는 《유명한 무명》전의 작가들의 ‘다름’은 이들의 전공 백그라운드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유명한 무명》전에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건축사진가 EH(김경태), 디자인과 음악을 백그라운드로 독특한 시각예술을 제안하기는 오민,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디자인과 미술을 구분하지 않으며 전방위적 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나, 어번네이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시대적 트랜드에 대한 예리한 비평을 서슴지 않는 베리띵즈, 잠정적으로 자신의 전공인 건축을 접고 개인적 경험과 시각적 요소만으로 도시를 섭렵하는 김희천, 문학을 전공했지만 이미지의 매력에 빠져 시각예술가의 길을 택한 이윤이,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처음으로 조각에 도전하는 작가 남화연을 만나게 된다. 《유명한 무명》전에서 하나의 주제에 의한 작품들의 공통분모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오히려 이 작가들이 어떻게 각기 다른가, 즉 현실을 바라 보는 관점이 어떻게 다르며, 그 관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이 어떻게 다르며, 또 얼마나 다양한 이슈들을 제안하는 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이다.
김성원(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전시기획, 미술비평)
Exhibition Curator: 김성원 (Sungwon Kim)

Hwayeon Nam, The Botany of Desire, 2014-1015, Video, 8min 23sec, Courtesy of the artist

EH, Model Line, 2012-2013, Digital slide projection,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Min Oh, ABA Video Score, 2016, Single channel HD (1080p) video, stereo audio, 2min 35sec, Courtesy of the artist

Yi Yunyi, Meanwhile… Buster!, 2011, 16mm black and white film, optical sound, 4 minutes,
looping system, mask, piano wire,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Kim Heecheon, Savior, 2016, Screen saver, 4h 5min 52sec, Courtesy of the artist
출처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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