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신관
2018년 9월 5일 ~ 2018년 9월 11일
유진아, between1613 162.2*72.7cm mixed media & acrylic on panel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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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사이의 미학
갤러리 도스 김선재
자연은 생명의 생성과 소멸의 장으로서 예로부터 예술에 있어 중요한 소재로 이용되어 왔다. 그 중에서도 돌은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대상이다. 자연 그 자체로써의 보편적인 의미를 가지면서도 돌이 가지는 내재적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된다. 유진아는 사유를 통해 돌의 형상 안에서 새로운 형상을 발견하고 이를 평면 위에 그려낸다. 그리고 돌이 가진 다의적 의미와 함께 인간의 실존과 타인과의 관계에 관한 추상적인 관념을 조형화한다.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다양한 조형 행위를 통해 돌이 가진 이미지 안에 세상과의 소통을 반영하고 구현한다. 이처럼 작가에게 예술은 실재하는 돌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표상으로써 끊임없는 기호와 상징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인간과 자연이 가진 섭리를 일치시키는 과정이다.
유진아의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소재는 돌이다. 화면은 주로 자유롭게 널려있는 돌들과 그 틈이 만들어내는 사이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하나의 개개인으로 상징되는 돌과 돌의 만남은 각자의 모습을 지닌 나와 타인이 다양한 인연이 되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과 같다. 작업에 앞서 작은 돌 하나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그 안에 집적되어 있는 무수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것들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긴밀하게 살피는 과정이 전제된다. 돌의 표면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생명의 무한한 파동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그 위에 새겨진 흔적 그리고 균열이 만들어낸 촉각적인 느낌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인위적이거나 다듬어진 흔적이 없이 형태와 질감을 되도록 자연 상태로 묘사하여 그 안에서 자연을 느끼게 한다. 또한 돌이 가진 고유한 거친 표면은 반복되는 형태에서 오는 단조로움을 없애주고 시각적으로 풍부하게 해준다. 작가는 오랜 세월을 거친 견고함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생명력을 표현하는 데 충실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노력한다. 행위나 재료 자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표현매체를 적극적으로 시도함으로써 우리의 감각을 즐겁게 해준다. 특히 돌의 형태를 입체적으로 성형하여 설치하는 작업은 회화, 조각, 공예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현대미술의 혼합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돌의 형상만큼이나 틈이 주는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공간은 작가에게 중요한 조형요소이다. 자연에는 조형적으로 완결된 형태란 없으며 그 안에는 어떠한 것이 개입할 수 있는 틈이 존재한다. 열려있는 조형 형태를 지닌 자연은 공간 안에 여백을 남기며 단순히 비어있다는 의미 이상으로 작품의 의미를 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에게 사물과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비가시적인 사이의 여백은 우주가 지닌 음양의 조화처럼 형상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집적된 돌들 사이의 틈이 구현하는 어두움은 주관적인 정서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너머에 존재하는 무한한 공간으로의 확장을 가능케 해주는 역할을 한다. 군집된 형태의 구성 말고도 하나의 돌을 마치 알처럼 은유하기도 하는데 표면에 갈라짐을 의도하고 틈을 만들어냄으로써 마치 생명이 뚫고 나오듯 자연이 가진 응축된 에너지를 보여준다.
돌이 지닌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성질은 작가에게 풍부한 영감을 제공하고 있으며 철학적 사유를 유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품의 소재는 삶 주변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며 작가는 단지 그 모습들을 찾아내어 작품에 옮겨 올 뿐이다. 당연시 여겼던 소소한 자연의 대상 안에 작가의 관점을 녹여내어 돌의 질료적 특징과 내포하는 상징성을 조화롭게 표현한 화면은 친숙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온다. 가공되지 않는 자연 상태의 돌이 가진 영원한 생명력의 아름다움은 모든 환경과 세월을 함축하여 보여주며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매체와 장르를 아우르며 자연의 형상을 넘어 정신적인 사상과 감성이 내재된 심상까지도 표현하고자하는 작가의 끊임없는 시도는 현대적인 조형정신을 보여준다.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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