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관
2020년 10월 29일 ~ 2020년 11월 12일
대체로 매일,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언제나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체 20분가량 주변을 빙빙 돌다 들어간다. 방황하는 청소년의 나이도 아니고, 아무도 없는 빈집이라서가 아닌, 철저하게 주차를 할 수 없어 자리를 찾아 헤맨다. 나는 오래된 아파트에 산다. 33년 쯤 한집에 사는 중이고, 각자마다 오래됨에 대한 기준은 다르겠으나 적어도 주차공간에 비해 차들이 많은, 지하주차장이라던가 고정자리주차 시스템 따위가 없는 그런 곳이다. 밤9시면 이미 만차와 다름이 없다. 이밖에도 여러 에로사항들이 있겠으나 특별히 의식하고 지내지 않았던 건, 엘리베이터 버튼에 손이 닿지 않는 시절(이때 찍힌 사진 속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다)부터 학창시절을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곳은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어서일지 모른다.
몇 년 전 재건축 이야기가 스물스물 들릴 때에도, 오래 된 아파트들 주변으로 주상복합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어도, 크게 동요되지 않았던 내가 조금은 달리 생각이 들기 시작한건, 어느 독립책방에서부터였다.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낯익은 로고와 그 동그라미 안에 모양 같이 생긴 아파트 사진이 배경으로 있는 둔촌주공아파트에 관한 독 립서적이었다. 한눈에 제목에서부터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살던 동네와 아파트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는 사 진 아카이빙들과 글 들이었다. 처음부터 관심이 간 것은 아니다. 다만 아주 어린 시절 할머니가 계신 큰집이 둔촌주 공아파트였고, 이따금씩 명절이면 갔던 곳이라 아주 희미한 기억과 형체조차 알아보지 못할 만큼의 몇 장면이 떠오 른 게 다였으니 말이다. 또한 굳이 이렇게까지 아쉬워하고 남겨두어야 하는가? 사람도, 아파트도 살만큼 살았으니 떠나가고 떠나보내야 함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더군다나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재건축이라는 이름하에 더 좋은 환 경이 될 수 있음을 알지 않은가? 와 같은 차가움 마저 드는 막연한 ‘남의(아파트)이야기’였다. 그저 자신의 추억이 담긴 곳이 사라짐을 아쉬워하는 수많은 입주자 중 한명일거라 생각했다. 조금은 더 감성적이고, 낭만이 있는 그런 한명이 아닐까 생각했다.
3-4년 정도를 자주 가던 아파트가 있었다. 그 아파트 역시 주공아파트였으며, 재건축 공사 날짜를 기다리 고 있는 상황이었고 벌써 웅장한 모습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되어있는 부분도 있었다. 살아 본 적도 없고, 그 3-4년 전에는 평생 1년에 1-2번을 지나칠까 하는, 추억이라기엔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그 아파 트를 방문하지 않게 된 이후 우연히 지나치며 바라 본 그 곳은 정말 이럴 수 있구나 싶을 만큼 형태가 사라진 후였 다. 커피와 토스트를 먹던 상가 건물도, 좁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느꼈던 차길도, 제법 잦은 방문에 눈에 훤하게 그 릴 수 있을 것 같던 건물들이 흔적도 없이 아니 언제 있었긴 했던 걸까 싶을 만큼 낯설었다. 그때 비로소 조금은 더 나의 미래가 그려졌다. 이미 변화는 조금씩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평범한 집 앞 도로가, 상가마다 기억되 는 다른 추억의 공간이, 말 그대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예술은 그럴 수 있다. 여느 오래된 아파트 이름을 말하면, 시세를 이야기 하고, 평수를 이야기 하고, 재건 축을 이야기 하며, 부동산 자산 가치를 논할 때 내가 살던 집의 오래 된 창문을 이야기 하고, 추억이 많은 놀이터를 이야기 하고, 복도에 드리우는 빛을 이야기 하며 나만 아는 어느 동의 옥상을 이야기 할 수 있다. 그 이야기들이 모 여, 영화가 되고, 사진이 되며, 글이 되고 그림이 된다. 각각의 추억이, 각각의 방식으로 그곳을 남겨놓는다. 남겨 놓은 그곳이 모여 특별히 평범해질 수 있지 않을까? 물리적인 공간이 사라졌다 하여 기억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남겨진 마음의 조각을 찾아가는 과정, 그 과정은 결코 과거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으며, 어떻게 앞으로 나아 가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이 될지 모른다.
안부(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별관] 기획자)
참여작가: 유하나
협력기획: 안부
포스터 디자인: 요주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산실
출처: 별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3:00 - 20:00
수요일 13:00 - 20:00
목요일 13:00 - 20:00
금요일 13:00 - 20:00
토요일 13:00 - 20:00
일요일 13:00 - 20:00
휴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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