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치유허브 갤러리맺음
2016년 8월 14일 ~ 2016년 9월 3일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소중한 대상을 잃는 사건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일생에 한번 이상 겪어야하는 가장 힘든 일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2014년 사랑하는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 보내드리던 날 집에서 키우던 열대어도 같은 날 생을 마감했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 나에게 물고기는 특별한 대상으로 각인되었다. 어머니를 따라 삶을 마감한 물고기를 보며 토테미즘, 애니미즘적인 믿음이 생겨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종교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실체를 믿고 의지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어 물고기에 애착을 갖고 바라보았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일이 있은 후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작은 어항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무중력상태처럼 지면으로부터 중력을 거스르며
유유히 날고 있는 것 같은 물고기들의 모습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생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수많은 부재와 남겨짐 속에서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쉽게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투명한 유리 어항 안에 슬픔을 가득히 머금은 체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슬픔과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산다. 하지만 유리 어항은 투명했고, 사방에서 어항을 들여다 볼 수도, 어항에서 사방 밖을 바라 볼 수 도 있었다. 슬픔이라는 공간에 갖혀 있었지만, 이내 주위를 돌아보니 세상을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주변의 소중한 다른 사람들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여러가지 수많은 일들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을 …
나는 작은 물고기들을 통해 경험했고 다시 그것들을 작품에 표현함으로써 생명과 그것들이 들려주는 신비한 이야기를 그리고자 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물고기들 역시 사전적 의미의 물고기로 정의 내리기보다는 나의 감정과 정서적 경험이 대입되어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낸다. 물고기들은 애착과 믿음이 생겨 나를 정서적으로 위로를 해주는 매개체가 되었고 작품 속에서 완벽하게 살아있는 대상이 되어 나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슬픔과 그리움과 위로라는 감정만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그것들(물고기)은 나의 무의식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복합적인 감정의 결합체로 단순하지 않다. 그리우면서도 기억에서 지우고 싶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가도 밖으로 꺼내 버리고 싶기도 하며, 떠올리면 슬프면서도 행복한 이중적이고 양가적인 감정의 상징이기도 하다. 혹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져버린 나만의 ‘유토피아’이며 ‘판타지아’다. / 작가노트
출처 - 서울예술치유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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