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보는
2015년 7월 16일 ~ 2015년 7월 31일
윤인선 개인전 : 구름이 덮였을 때_기원과 심연에 관한 에세이 Shrouded in Clouds_An Essay on Origin and Abyss

언젠가부터 예술작품은 의미로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히려 예술작품은 “의미의 나머지”이기 때문에 그것을 독해하고자 하는 시선을 항상 배반한다는 생각이다. 의미화할 수 없는 “불가능성” 그 자체의 환원이 예술이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면서, 오랜 시간 고민했었던 “회화적 의도”보다는 “회화의 기원”이 무엇인지가 나에게 더 중요하게 되었다.
회화는 자기 자신의 거울이다. 재현이라는 불가능한 미션은 회화를 “재현 불가능한 것”의 얼굴로 떠오르게 한다: 캔버스의 여백, 빈 벽, 전시장의 빈 공간으로부터 솟아나는 알듯 말듯한 얼굴. 이 전시는 그 얼굴이 바라보는 기원, 그 얼굴이 솟아나는 심연에 대한 것이다. 너무나 멀고 너무도 깊어서 결코 닿을 수 없는 그 곳. 그리고 회화의 시선.
10여년을 회화에 눈이 멀어 유화작업을 해왔다. 이 눈멂 blindness의 당위는 붓과 물감이 아니라 회화의 시선과 그 끝에 있다는 깨달음 후에, 그래픽과 오브제 조형/설치 작업을 시도하게 되었다. 회화의 시선을 다루었기에, 그리고 “이전의 회화 작업” 후에 만들어졌기에, 이 모든 시도를 포스트페인팅 post-painting이라고 부르고 싶다.
회화의 아카이브는 눈멃과 여백, 즉 자신의 기원과 심연을 향해 세워진 “기념비 cenotaphs” 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끝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작품의 끝 origin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 그려지지 않은 것 abyss에 빠져 익사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 눈먼 사랑은 서로 닮았거나 전혀 닮지 않은 수많은 작품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게 하는 회화의 열병이다.
<구름이 덮였을 때>는 회화는 없지만, 회화를 지시하고 회화를 참조하는 (이상한) 전시이다. -윤인선

출처 - 갤러리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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