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아트스페이스
2016년 3월 15일 ~ 2016년 3월 21일
Trace-1507A, 60.6 x 72.7cm, acrylic on canva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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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흔적
윤주헌 작가의 이번 전시는 ‘흔적’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일견 추상표현주의적 경향으로 읽혀지지만 사실 서구의 추상표현주의 작업과는 형식적으로 일정하게 연관이 있으면서도 작업의 태도에서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그것은 그가 태생적으로 동양적 체질과 사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내부로부터의 생명력과 자아에 대해 주목하면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자동기술법에 의한 무의식적 표현과는 결과물이 유사해 보일지라도 작업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의 작업을 살펴보면 색이 새어 나오고 빛이 새어 나오는 듯한 표현을 볼 수 있다. 작업의 과정이 덧칠하고 덧칠하는 반복과 중층의 궤적이라 할 수 있기에 그 틈새 사이에서 빛과 색이 새어 나온다. 심지어는 어두움이 새어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색을 칠하고 덮는 과정에서는 틈새가 벌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이처럼 밝고 어두운 색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방향을 알기 어려운 반복적인 붓질은 화면을 균질화하려는 것인지 해체하려는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운 양극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혼돈의 공간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의 파장은 이처럼 이율배반적인 흔적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러한 면에서 보면 윤주헌 작가가 보여주는 작업이 혼돈의 공간들로 점철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혼란스러운 붓질로부터 관조적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무거운 색조와 두터운 마티에르(matiere)로부터 그가 표현한 화면이 명상적 공간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파토스(Pathos)적 움직임의 결과물인 캔바스 위의 물감들이 만들어내는 흔적들에서 관객이 경험하게 되는 역설적 고요함은 무서운 전쟁이 끝난 후의 전쟁터 혹은 화려한 공연 후에 남겨진 적막감과 같은, 즉 텅 빈 공간에서와 같은 허무함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는 두껍게 채색된 물질적 과잉 속에서 시각적 허기를 느끼도록 만든다. 잘 정제된 작가 특유의 회화적 구조인 것이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거대한 에너지가 방출되고 지나간 것처럼 보이는 회화의 평면에 나타난 결과로서의 흔적은 생명력의 흔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동시에 욕망의 흔적으로서 다른 욕망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본디 살아 있음은 움직임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이처럼 고착된 물질에 의한 캔바스 위의 회화적 평면 가운데 생명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로서의 흔적 혹은 가능성으로서의 흔적을 그려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윤주헌 작가의 작업에 있어서 기본 단위는 파동과 같은 작고 반복적인 움직임이다.그런데 작가는 이 작은 움직임의 최소 단위를 중층화함으로써 커다란 움직임이 발생된 공간을 흔적을 통해 포착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흔적은 다른 움직임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함축되어 있는 생명력이 잠재된 구조이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작가는 이러한 생명 에너지의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 이 일련의 흔적들을 물질화 해내는 과정을 수행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처럼 생명과 파동 혹은 움직임과 흔적과 같은 가시세계와 비가시세계의 경계 지점에서 이를 연결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통하여 살아 숨쉬고 움직이고 있는 욕망하는 인간 내부의 문제를 시각의 세계 안으로 끌어 올리고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Trace-1506A, 60.6 x 72.7cm, acrylic on canvas, 2015

Trace-1410A, 72.7 x 90.9cm, acrylic on canvas, 2014

Trace-1310A, 72.7 × 90.9cm, acrylic on canvas, 2013

Trace-1404A, 91.0 × 116.8cm, acrylic on canvas, 2014
출처 - 사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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