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갤러리
2025년 4월 25일 ~ 2025년 5월 24일
콤플렉스 갤러리는 4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콤플렉스 2, 3층에서 윤지호, 양준화의 회화로 구성된 ≪WET OVER WET ≫ 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두 작가의 물기 어린 그림들을 함께 놓고, 이들의 매체를 향한 태도를 섬세히 살피는 데 목표를 둔다.
윤지호의 회화에는 ‘관계(relationship)’를 향한 작가의 주관적 인지와 감각이 선별한 유의미한 장면들이 담겨 있다. 이 장면엔 주로 손짓이나 발끝의 모양과 같은, 움직이거나 멈춰 있는 신체의 일부가 놓이는데, 작가가 화면 안에서 시각화 하고자 하는 건 이 미묘하고 미세한 제스처 들에서 그가 읽은 찰나의 감정, 그것의 흔들림, 전환, 또 그것이 대변하는 마음의 모양새이다. 이 일을 함에 있어 작가가 방점을 두는 것은 상황 설명이나 나열이 아니라, 작가가 인지한 주요 인상과 감각을 온전히 화면의 주제로 삼는 것이다. 작가의 화면에 남는 것은, 따라서, 관계가 녹은 풍경을 향한 그의 내밀한 시선의 생김새, 곧 작가 내부의 떨림, 전환, 사건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민한 인지와 대조적으로 전달은 뭉근한 경향을 지닌다. 이 때 물은 이 경향을 돋우는 주요 매체가 된다. 작가는 다량의 물을 사용해 번지듯 축적되는 화면을 차근차근 구축한다. 아랫면과 윗면, 선과 선들이 만났다 흐렸다 지워지며 서로 교차하는 형색은 복잡다단하고 유동적인 ‘관계’의 본성과 매우 닮아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가느다랗고 힘 있는 ‘선’들 또한 이 같은 경향을 강화한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2024)>, <너를 틴더에서 봤어(2024)> 등에서 보이는 붉은 선은 작가가 캔버스에 먹지를 대고 그은 선으로, 화면에 오르는 주요 형태와 인상은 견인하면서도 자기를 타고 넘는 물감과 번져오는 물기를 과감히 받아들여 이따금 자취를 흐린다. 이 같은 방법들의 효능에 힘입어 작가의 화면은 특정 서사를 명료히 지시하기보다 그저 어떤 주관적 풍경으로, 인상으로, 늬앙스로서의 정체성을 부단히 시사한다.
양준화의 회화는 “어떤 성격을 지닌” 풍경, 그리고 “그 성격을 잘 드러내는 자연과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다.[1] 이 때 양준화 또한 윤지호와 유사하게, 묘사에 주안점을 두기 보단 내 인지와 감각에 의지해 내가 보고 싶은 풍경을 내 그림 안에서 비로소 실현해 나가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즉흥성’ 은 작가에게 주요한 화두이다. 드로잉에서 발산되는 새롭고 비정제된 형식을 향한 선호와 믿음을 바탕으로, 작가는 이 같은 즉흥성을 캔버스 위에서 나름의 형식으로 치환할 방법을 탐구해 왔다. 물은 이 과정에서 내 통제를 벗어난 새로움의 양산을 돕는다. 물기 어린 아크릴을 광목에 대어 번짐을 유도하고 또 감수함으로, 작가는 자신의 의도가 닿는 지점을 목도하는 한편 그 밖의 영역에서 발생할 (화면 내) 사건에 여지를 연다. 이처럼 매체와의 적극적 조율을 회화의 주요 방법으로 채택해 온 작가에게, 익숙한 탄력을 제공하지 않고 쉬이 구김 가고 습기에 흔들리는 광목은 ‘자연스러운 그림’을 목표 삼아 온 작가의 마땅한 도구가 되어 주고 있다. 작가가 믿는 자연스러운 그림은 불편을 수용하고 다루어 나가며 내 화면에 적합한 조건을 확립하는 과정 중 선연히 자리 잡는 그림일 것이다. 개입과 관망을 오가며 나아갈 방향을 감지하는 즐거움이 거듭 회화를 향한 원동력이 되는 순환 안에, 현 전시작들이 위치해 있다.
윤지호와 양준화의 회화는 굳이 뿌리를 찾는다면 내부에서 찾을 수 있을 외부의 풍경이고, 장면을 가져와 만든 장면이다. 둘은 자기의 발견과 감각을 화면 안에서 실현해 나가는 가운데 인물화, 풍경화로 일축될 수 없는 지점으로 꾸준히 향해보고 있다. 매체와 장르는 그 자체로 목표가 되기보다 이 길을 조형하는 (탐구할) 통로에 가깝고, 둘은 지금 자신이 채택한 매체와 자기 작업 간의 관계를 애정으로 닦아 나가는 중에 있다. 두 사람의 회화가 ‘그려졌다’기 보단 ‘다뤄졌’단 인상을 건네는 연유이다.
[1] 양준화 인터뷰 전문 중 발췌 (인터뷰 일자 2025. 3. 21)
글 박고은
참여작가: 윤지호, 양준화
출처: 콤플렉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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