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갤러리 광화문
2019년 11월 15일 ~ 2019년 12월 17일
이가영, 나무의번짐, 200x100cm, 장지에채색, 2018
시간을 바라보는 방법
시간의 순간적인 풍경을 작업하고 있다.
내가 생각할 때 시간에 대해 신기하다고 느꼈던 점이 있다. 지나가버리는 순간들을 인식하고 난 뒤, 그만큼의 시간 거리,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흘러야만 오롯이 순간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재를 지각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려는 것과도 의미가 같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간은 똑같이 흐르고 있을까? 같은 2019년이라도 나와 타인의 시간의 흐름은 다르다. 분명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인지하는 시점이 미래에 있거나 과거에 머무르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인식하는 시간은 서로 다르다. 때때로 ‘지금’을 인지하는 것은 어렵다. 멈출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순간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시간의 틈을 만들어내기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고 있는 시간은 내가 지각하고 인지하는 순간에 미묘한 틈을 만든다. 순간의 시간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 의미를 발견하게 될까?
오랜 시간 바라볼 때에 같은 것이지만,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순환하고 반복되는 풍경의 모습을 오롯이 관찰하였다. 시간의 풍경이 만드는 지각의 순간들은 실재하는 것이기도 하고, 실재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되면 그동안의 습관적 시각 체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대상에 숨겨져 있는 어떠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내게서 멀지 않은 주변, 같은 것의 반복을 통해 바라볼 때의 생경함을 작업하고 있다.
보이는 실재하는 것은 그것을 의식이 인지하고 감각하게 될 때에 깨닫게 된다.
해가 지면 달이 뜨는데 달이 지고 나면 해가 다시 떠오른다. 맥박과 하루와 달이 반복되고 계절은 순환한다. 시간을 보는 관점 중 동양적 시간관 은 전통적, 순환적 시간관이라고도 하며 '윤회'를 거듭해 반복하는 것 을 뜻한다. 나의 종교와 무관하게 나는 동양의 순환적 시간관에 더 마음 을 두고 있다. 시간은 우리가 신경 쓰지 않고 미련 두지 않는 사이에 그저 흘러가고만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흐르고, 오늘과 내일이 반복된다. 여름은 곧 겨울이 되고, 계절이 바뀌며 건조와 홍수, 늙음과 젊음, 그리고 삶과 죽음의 생이 순환하듯 반복된다. 무언가 되풀이 되는 것의 반복. 그리고 연속 순환하는 것들. 반복되는 것을 바라볼 때에 지각하게 되는 어떠한 것이 있다.
순간의 풍경
내가 경험하는 순간의 풍경들을 작업으로 옮기고 있다. 순간의 시간적 풍경들에 관심이 많다. 시간에 따라 세심하게 바뀌는 순간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같은 장소를 오랜 시간 바라보고 관찰할 때에 신기하게도 같은 곳이 다르게 보이는 생경함을 느꼈다. 언제나 이미 거기에 (always-already-there)있는 풍경을 마주하는 것은 때론 새로운 시선을 만든다. 일상에 있어서 당연하게 여여기는 사소한 것들도 사실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 이가영 작가노트 中
출처: 신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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