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루
2016년 5월 17일 ~ 2016년 6월 13일
이강욱_옥수수 나무 아래서_종이에 콩테, 파스텔, 안료, 먹_75x105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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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세계에선 모든 것이 명료하다. 어떤 것의 원인이 있으면 그에 합당한 결과가 있고 논증을 거쳐 모종의 정답을 구하는 것이다. 나는 간혹 미술이 그러하면 어떠할까 생각해 본다. 명확한 견해와 논리적인 결과물이 있으면 만족할 것인가? 작업을 하다보면 처음의 생각과 두 번째의 생각이 뒤엉켜 온통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첫 번째의 선이 두 번째 세 번째의 선, 면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 때가 왕왕 있는 것이다. 어느 때에는 내가 그린 것들이 오히려 그리려는 의지를 앞서 전혀 다른 작업으로 인도한다. 돌이켜 보면 무엇을 그린다기 보다는 그려지는 것에 각주를 다는것 같은 작업을 오랫동안 해온 것 같다. 이것은 스스로에게 무력감과 기이함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넘을 수 없는 절망이자 작업의 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의 작업은 수많았던 자신을 복기하는 과정에 가깝다. 콩테를 비벼 얻는 색감과 형태, 선과 면들의 조합은 그래서 익숙한 과거이기도 하고 미처 경험하지 않은 다른 세계이기도 하다. 하나의 화면에서 각기 다른 감정과 의지들이 뭉뚱그려져 뒤엉킨 사물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은 언제나 자신의 다른 면이기도 하고 혹은 타인의 눈, 감정에서 연유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명료하지 않은 사물의 작업은 서로의 시시비비 없이 뒤섞이고 이것이자 저것의 사물이 되는 것이다. 일종의 어둠의 상태이다.
종이와 콩테를 다루는 작업은 여타의 재료들 보다는 외부로 향한 창이 덜 열려 있는 듯하다. 완성태를 향해 곧장 질주하지는 않는다. 같은 자리를 돌고돌아 비로소 남겨지는 얼룩 같다.
나는 매번 화면을 대할 때 마다 어떤 것의 가능성을 따져 보기도 하고 다음 단계의 작업을 예측하기도 하며 작업의 결과물이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게 예의주시하며 선을 긋고 면을 만든다. 오늘의 사물이 내일의 사물과 같지 않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정면만을 비추는 거울 같음은 자주 회의에 빠지게 한다.
이를 극복하기위해 오래전부터 형식의 완결을 꿈꿔왔다. 대상을 단순화 시키고 형태를 구체적이지 않게 만들었다. 가급적이면 손으로 문지르고 비벼대는 가운데 색감을 얻어냈고 절제와 균형으로 최소한의 회화를 생각 했었다. 마치 난을 치고 대나무를 그리듯 했으나 던져진 드로잉처럼 무작위적인 것이나 표현의 의지가 빛나는 것들에 마음이 들락날락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확고한 입장과 주장의 세계는 언제나 한발 앞서 가는 듯 보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수학의 세계와 회화의 세계 그 언저리쯤에서 자신을 일부러 흐트러트리거나 아니면 흐트러트리지 않게 모호한 자세를 취하며 그림속의 사물들과 확신 없는 밤을 보낸다. / 2016. 4

이강욱_160131_종이에 콩테, 파스텔_75x143cm_2016

이강욱_150120_종이에 콩테, 파스텔_76x106cm_2015

이강욱_섬_종이에 안료, 콩테, 파스텔_52x73cm_2015

이강욱_멀리 보이는 흰 산_종이에 콩테, 파스텔, 안료, 먹_76x106cm_2016
출처 - 아트스페이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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