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5년 9월 1일 ~ 2015년 9월 13일
이강훈 _ 서로기대다 Digital pigment printing.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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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되뇌게 되는
박씨와 김노인. 타인이면서 가족처럼 사는 쪽방촌 두 남자의 삶을 기록한 것이 사진가 이강훈의 첫 작업이었다. 타인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 그리고 이제는 ‘세상에 둘도 없는’ 가족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의 나날을, 이강훈은 이 년여 동안 곁에 없는 듯 맴돌며 사진에 담았다. 처음 한번 본 그들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눈에 밟히다>였다. 그 사진들은 2011년 한겨레가 뽑은 <올해의 사진가> 한겨레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전시작 <서로 기대다>는 그런 이강훈이 4년 만에 내보이는 두 번째 ‘타인 가족 시리즈’다. 주인공은 올해 일흔 여덟인 ‘임수란’ 할머니와 여든 일곱인 ‘이계훈’ 할아버지. 쪽방촌 작은 방들이 점점이 박힌 성수동 어느 깊숙한 골목 반 지하에 두 노인은 산다. 각자 곡절을 겪은 끝에 만나 ‘남은 생을 서로 의지하며 살자’고 결혼식도 혼인신고도 없이 함께 산 세월이 40년이다. 이후로도 삶의 여러 불행들을 피하지 못하고 성수동 달동네 작은 방들을 옮겨 다니며 산지도 40년째다. 건강을 잃은 지도 오래여서, 평생 해오던 노동도 하지 못하고 매달 정부보조금으로 받는 35만원과 할아버지의 청각장애 연금 5만원의 ‘차상위계층’으로 살아간다. 흔히 ‘손주들 재롱 보는 낙으로 살 나이’이지만 둘 사이엔 자식이 없어서 손주도 없다.
이렇게 없는 것 투성이의 삶이지만, 그래도 이들에게는 ‘서로’가 있다. 함께 사는 이가 있으니 ‘기초생할수급’ 대상자에 못 올라 삶이 더 빡빡하지만, 그래도 그 서로를 포기할 수가 없다. 장롱에 나란히 기댄 채 TV도 보고, 마주보고 앉아 고스톱도 친다. 서로의 몸에 파스도 붙여주고, 할머니가 손빨래한 세탁물을 할아버지가 짜주기도 하면서. 할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은 할아버지는 대신 매일 복지관에 도시락 통을 들고 가 반찬을 타온다.
<눈에 밟히다>에 대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파격적인 앵글로 담아 삶과 고통, 인연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실존적 고독과 경제적 궁핍을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친구의 우정으로 무마하는 소외된 삶을 강렬한 시각으로 잡아냈다.”고 했던 최봉림(사진평론가) 씨의 평은 이 두 번째 ‘타인 가족 시리즈’ 사진들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강훈은 1년 여 넘게 두 노인의 삶을 사진에 담으면서, “궁핍한 일상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벗어나, 새로이 두 분 사이에 놓인 ‘신뢰와 의지’라는 감정의 결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서로를 지켜주는 삶에 여념이 없는 두 노인의 초상을 통해, 우리들 삶에서 ‘서로’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되뇌게 되는 이번 전시는, 9월 1일부터 2주간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린다.
이강훈 _ 서로기대다 Digital pigment printing. 2014
이강훈 _ 서로기대다 Digital pigment printing. 2015
이강훈 _ 서로기대다 Digital pigment printing. 2015
출처 - 류가헌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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