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7년 3월 28일 ~ 2017년 4월 2일
강재훈. 8*10inch. Gelatin Silver Print.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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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치우치게 즐기는 버릇을 두고 ‘벽(癖)’이라 한다. 옛 선비들 중에 이 벽에 취한 이들이 많아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져 오는데, 수석에 빠져서 사방팔방으로 돌을 주우러 다녔던 이부터 한번 본 책을 수만번 반복해서 읽었다거나 꽃이 좋아 일년 내내 꽃만 그렸다는 이 등등 그 벽이 수집벽부터 방랑벽까지 다채롭기만 하다.
사진가 이규철에게도 벽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사진 수집’이다. 스스로도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 사진가이면서도 누군가 찍은 한 장의 사진에 마음이 꽂히면, 앉으나 서나 또는 오는 잠이 물러갈 정도로 그 이미지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어쩌면 사진이라는 시각언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진가이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수도 있다.
이규철은 2002년 첫 개인전 <군인, 841의 휴가>로 주목을 받은 이후, 2007년 소금밭과 염부들의 노동의 풍경을 담은 <달빛, 소금에 머물다>, 서해안 별신굿을 포함해 대동의 굿판을 쫒은 2014년 <굿-징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전시를 펼쳐 보인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그런 이규철의 마음을 처음 움직인 사진은 ‘분교 사진’으로 잘 알려진 사진가 강재훈의 것이었다. 읍내에서 우편물을 싣고 달려온 우편배달부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에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간 아이들의 모습. 전교생이 3명뿐인 강원도 인제군의 진동분교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이규철의 눈에 사진 속 우편배달부는 사진을 찍은 강재훈을 닮아 있었다.
막 서른이 되어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1998년에, 이규철은 퇴직금의 일부로 그 사진을 샀다. 단 한 장의 사진이었지만 그 뒤로 흐르는 선배 사진가의 삶과 산골분교 아이들의 삶, 우편배달부의 삶이 선연히 펼쳐졌다. 온전히 자신의 소유가 된 그 사진을 볼 때 마다 그들의 삶에 함께 하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
이후로 매년 한 장의 사진을 사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술 시장의 ‘콜렉터’들처럼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생활의 어느 부분을 줄이고 축소해야만 열리는 지평이었다. 어렵게 나름의 기준도 정했다. 사진 속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일 것, 작가의 삶과 닮은 사진일 것. 그렇게 20년 동안 스무 장의 사진이 모였다. 그래서 이제는 ‘컬렉션’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 정도가 된 것이다.
스무 장의 사진에는 동시대 사진가로서 같이 활동한 동료들의 삶과 사진 속 얼굴들의 삶뿐만 아니라 이규철 자신의 삶도 묻어있다. 그런 까닭에 그는 “내가 선택한 사진 또한 나의 사진”이라는 생각을 담아 ‘자신의 작품이 없는 사진전’을 처음으로 연다. <我 之 我>전시이다.
전시를 통해 사진가 이규철의 ‘벽’이 낳은 사진 컬렉션의 기쁨을 나누고, 동시대 사진가들의 작품세계와 삶을 공유하기를 바란다. 사진전 <我 之 我>는 3월 28일부터 4월 2일까지 류가헌 전시 1관에서 열린다.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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