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안정
2020년 1월 6일 ~ 2020년 1월 12일
검은 안대로 눈을 가린 채로 차가운 시냇물에 손을 뻗어 휘젓는다. 손가락 사이로 미끌한 것이 걸려 지나간다. 움켜잡아 올린다. ● 식물적인-수동적인 상태, 회피 상태는 형식이 된다. 회피 상태에서 행간은 삭제되고 빠르게 속독되어 건져진 표피들이 남는다. 표피들은 이해에서 시작된 ‘표현되기 전의 단계’가 부재한 상태이다. 표피들은 건져내어지고 연결된다. 영상에서 드러나는 기표들의 실제 의미 내용은 없다. 일몰, 사람들, 비어있는 말소리. 작동하는 애니메이션. 정치적-시적 역할은 어쩌다 부여될 뿐이다. 텍스트 형태의 기표 또한 그대로의 글로써 작동하지 않고 곧바로 이미지가 된다. 또한 건져진 표피이다. 표피는 금새 지나쳐 우리 앞에서 잔상을 아주 짧게 남기고 사라지므로 텅 비어있고 얄팍하다. ● 결국은 개인에게 의미심장한 사건 조차 다른 개인의 속에서 무작위하게 작동되는 하나의 표피에 불과하다. 파고들지 않고 표피는 전개된다. 어떤 깊이를 가지지 못한다(않는다). ● 손에 움켜쥔 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잊어버린 것에 일말의 아쉬움 없이 다시 두 손을 시냇물에 뻗는다. 미끈한 것이 걸린다. 의미심장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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