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듬
2018년 9월 11일 ~ 2018년 9월 30일
<시퀀스#>프로젝트의 첫 번째 이묘 작가의 ‘침 먹은 지네’展 2018년 7월 10일(화)부터 7월 24일 (15일간) 진행됩니다. <시퀀스#>프로젝트는 ‘공간 듬’이 집이었던 순간, 삶의 다양한 정서들이 함축된 공간이었던 순간,을 주제로 한 전시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관계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복합적인 감정 언어들을 시각화한 드로잉과 회화작업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시퀀스#2_권태를 잉태
1. 아버지와
2. 어머니와
3. 집과
1. 꾸준히 어른의 존재에 대해 물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 주변에는 어른다운 어른이 없었고, 나는 그 속에서 방황하며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시간들을 보내야했다. 결국 아버지라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억 속에서도 너무나 미약하게 존재하는-하지만 가족들의 미화로 인해 만들어진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그런 아버지가 나의 유일한 동경의 존재였다. 이상적 아버지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것이 작업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졸업 후 완전한 백수가 되어 이상적으로 꿈꾸던 어른의 시간 앞에 머뭇거리고 있다.
2. 그리고 이제야 그림자가 있는 현실의 존재, ‘엄마’를 본다. 이제껏 부정해 온 내 현실의 초상. 새롭게 보이는 엄마의 얼굴 위로, 그림을 그리는 삶과 외면했던 현실의 삶이 겹쳐지면서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불안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모든 불안과 집착은 엄마에게로 옮겨간다.
작업은 내 삶을 담고, 삶은 가족과 나를 떨어트릴 수 없었다.
내 삶의 모든 흔적은 가족이라는 몸통 밖을 벗어나질 않는다. 이 관계는 단순하고도 복잡한 것이다. 내가 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선 어머니의 어머니를 이해해야 하고, 어머니가 나를 위해 자신을 이해해야 하지만, 어머니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불안한 어머니는 불안한 나를 낳았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엄마를 향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야 엄마를 바라보는 나를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태어나는 우리의 관계를 짚어본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 복잡한 사랑과 불안은, 무섭도록 커다란 권태의 덩어리가 된다.
과거이자 미래이며 현재인 엄마와 내가 벗어나지 못하는 이 집에서, 어린 나와 어른 사이의 공백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공백은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않았던)현실과 권태의 덩어리로 들어차기 시작한다.
3. 나는 온종일 집에 있다. 그러나 집을 좋아하진 않는다. 나는 침대에서 엄마를 보내고, 맞이한다. 그것의 무한 반복. 이 공간에서 우리의 대화는 점점 단순해지고 건조해지며 날카로워진다.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는 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탈모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냥 비난과 짜증만이 담아있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애증의 공간. 그러나 사랑이 채워져 있는, 너무도 모순적이어서 나를 헷갈리게 하고 불안하게 하며 머무르고 싶게 하는 이 곳.
사랑하고도 석연치 않은 둘의 관계를 품는 이 곳. 둘 사이 불안의 반복 속에 태어난 권태. 이 감정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들려는 권태는 새로운 것을 낳을 것이다. 불안의 어머니가 불안의 자식을 낳은 것처럼. 거기서 끝나지는 않으리라고. / 이다흰
출처: 대안공간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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