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서:로
2019년 6월 1일 ~ 2019년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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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이가 많은 찬장 속에 접시는 엄마가 시집올 때 들인 물건이었다. 오래전 혼수 식기로 유행하던, 색과 형태의 문양을 가진 접시는 묘하게, 촌스럽고 아름다웠다. 꽃-과 접시, 이 두 낱말이 풍기는 어감에는 다정함 그리고 유약함과 평범함이 있다. 이 두 낱말이 합쳐진 꽃 접시라는 단어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서는 <꽃접시>를 구성하는 주춧돌이 된다.
나는 삶 속에서 흘러가고 지나쳐가는 것 그리고 사람이 새겨진 것,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고 마무한다. 오래된 문과 창문, 과일이 그려진 화분, 조각조각 이어 붙인 타일들이 그러하다. 사람들이 드나들며, 정성과 수고스러움을 들이고, 닳아 깨지고 마모된다. 그래서 시간이 묵은 것은 아름답다. 촌스럽고 조야한, 시간이 축약된 마모된 존재들에게 다정한 시선을 보낸다. <꽃접시>는 잊히기 쉬운, 사람들이 이 땅 위에서 했던 모든 것에 가치로움을 묻는 물음이다.
작품의 대상들은 나의 기억을 통해 회화적으로 함축된다. 대상들은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누구에게는 알만한 것들 이다. 작품의 이미지들은 대부분 명암과 그림자, 원근법이 모두 사라진 채, 여러 가지의 시점이 혼재되어 있거나, 평평한 시점을 가지고 있으며 색과 형상 그것을 이루는 물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촉촉하고 빠르게 지나간 유화 물감의 물성은 이것이 그림이라는 것을 주장하며, 옆면이 칠해진 네모난 화면과 동그란 접시 모양과 일치하는 화면, 투명한 재질 위에 그려진 투명한 컵과 접시는 이것이 물건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양편의 주장은 부딪히며, 현실에 있으면서, 없는 오묘한 경계선 상을 타고 넘는다.
나는 편의상 이것을 그림이자 사물인 것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것은 작은 단위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조각들은 나의 파편적인 경험과 기억 속에 잔류하던 것들로, 나의 눈을 통해 거듭 기억을 더듬어 수집하고 재조합 하는 과정을 거친다. 만약에 기억에 질감이 있다면 투명할 것이다. 기억은 흐릿하며 때때로 겹쳐진다. 무언가 떠오르다가. 겹쳤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과거로부터 왔으나 현재에도 있는 것, 지극히 사적이지만 공유 가능한, 생경하지만 왜 인지 모를 익숙한 그것 위에 관람객들 각자의 떠오르는 기억과 경험을 중첩시켜 바라볼 수 있도록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화면은 ‘그것을 통해서’ 바라보고, 포개어보고, 겹쳐보는 하나의 통로다.
작품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고르는 일은 마치 박물관의 유물 조각을 다루듯 작은 단편의 조각에 주목하고 대상의 단위가 되는 기준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과정이었다. 작은 파편을 통해 전체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듯이 말이다. 발굴하고, 수집하고, 분류하고, 서사를 부여한다. 그림이자 사물인 조각들은 하나하나 단일한 개별의 작품으로 완결되지 않고, 마치 공간을 체험하듯 조각조각을 이어붙여 직관하도록 하며 보이는 것과, 기억 속에 있던 것, 또 그것이 공유되는 그 너머의 지점 어딘가를 경험토록 하는 창구가 된다. 즉 그림이자 사물이며 또 경험 가능한 공간이다. / 이소 @poiiso

이소, 꽃접시, 24x24cm, 2019

이소, 모자이크 타일조각, 38x38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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