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18년 5월 30일 ~ 2018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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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 존재하는 풍경의 모습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정윤
인간은 매순간 새로운 장소와 풍경을 만나게 되며 그곳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 및 감정들은 우리가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내면 깊숙이 차곡차곡 저장된다. 무의식 속에 내재된 기억의 편린들은 시간의 흐름과 경험의 축적에 따라 점차 흐릿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순차적으로 존재를 감추기도 하고 전혀 다른 형태로 변형 혹은 왜곡되기도 한다. 여러 기억들이 한데 섞이고 섞여 새로이 만들어진 기억은 직접적으로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반면에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유발한다. 이은지는 자신의 눈에 드리워진 후 자연스레 머릿속에 저장되어진 풍경의 흔적들을 하나둘 끄집어내고 이들을 화면 위에 재조합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공간을 탐색하고자 한다.
다양한 경험 및 감정들을 유발했던 자연풍경들은 개인적인 해석을 통해 각기 다른 형태로 저장된다. 그 순간 우리 눈에 드리워져 강렬한 인상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모습 즉 본연의 형태로 존재하기란 쉽지 않다.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풍경들은 시간의 축적에 따라 점차 머릿속에서 간소화되며 사실에 기반을 둔 추상공간으로 변화하게 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요소들 중 그 순간 내 감각을 일깨웠던 찰나의 모습을 하나의 층으로서 각기 다른 조형요소들을 이용하여 형상화해 나간다.
콜라주 방식은 평면적인 회화작업에 입체감을 주며 순식간에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사유하는 대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조형기법으로 사용해 오고 있다. 이은지는 서로 다른 성격과 형상을 지닌 풍경의 파편들을 덧붙여나가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은 관람객의 시선이 화면 위에 오랜 시간 머무는 일차적인 시각효과를 이끌어낸다. 이와 더불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츰 형태가 사라져가는 특성을 지닌 가변적인 기억의 성질을 반영해나간다.
복잡하게 표현된 각 층들은 각각 상징하는 바가 다르며 화면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유지해나간다. 점차 무뎌져 가는 수많은 경험들 사이에서 그 경험이 너무 특별하거나 혹은 인상적인 경우에는 시간의 흐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연필로 표현된 기억 속 풍경의 모습은 섬세한 동시에 묵직한 느낌을 주는 흑백의 층들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시간이 축적됨에 따라 더 생생하게 떠오르는 풍경의 모습을 대변해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크릴 물감과 보조제와의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흐르는 듯한 무늬의 다채로운 색상으로 표현된 각 층들은 무의식속에 자리 잡은 순간부터 본연의 형태를 지워나가기 시작하는 기억의 특성을 보여준다.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다채로운 결을 지닌 층들로 구성된 화폭은 작가 자신이 마주하고 의미를 부여했던 풍경들의 일부분들이 재조합된 결과물이다. 깊숙한 내면에 저장되어있던 경험적 풍경들의 실상을 담아낸 동시에 시간의 변화와 함께 왜곡되어지고 과장되어지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적인 풍경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기억 속에 존재하던 풍경들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표현해나가는 작가만의 작업방식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를 통해 풍경뿐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기억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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