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8월 16일 ~ 2016년 8월 28일
이재각. 밀양. 2015.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싸워온, 강인한 이야기
밀양. 깊은 산 속 움막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저 아래 보리밭을 뒤흔들며 커다란 바람이 밀려올라왔다. 바람은 산등성이를 타고 나무 사이사이를 지나고 새들의 날갯짓과 더해져 이내 산속의 적막한 움막에까지 다다랐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부터 시작하는 사진가 이재각의 사진은 아름답다. 서정적인 풍경으로 이어질 것 같은 사진은 그러나, 철망을 두른 움막과 저항과 탄원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으로, 끌려가지 않으려 목에 사슬을 두른 할머니의 처절한 몸짓으로, 76만 5천 볼트의 송전선으로 연결된다.
처음 밀양 땅에 도착해 아무도 찾아들 것 같지 않은 깊은 산을 올랐을 때, 이재각은 그 산 속에서 꼬부랑 할머니들이 전투경찰의 방패 앞에서 기를 쓰고 매달려있는 광경을 보았다. 지금까지도 눈에 선한 그 모습이 마음에 박혀 이후로는 내내 밀양의 현장을 기록하는 사진가로 할머니들과 함께 했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그 싸움의 현장, 존재하는 대상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충실 하는 것이 사진이 가져야 할 태도임을 배웠다.”
첫 번째 개인전을 앞 둔, 작가 자신이 사진 속 청보리처럼 푸른 사진가의 말이다.
밀양에 오래 머물수록, 싸우고 저항하는 이 일이 비단 사람 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할머니의 깊게 패인 주름은 포클레인이 파헤친 땅에 수십 갈래로 뻗은 나무뿌리를 닮아있었고, 그가 들은 할머니의 곡소리는 부엉이의 울음소리와 닮아있었다. 밀양은 사람과 그 땅의 자연 만물이 한데 뒤엉켜서 ‘밀양’이었다.
“산에도 주인이 있다, 산에도. 산신령도 있다(다큐멘터리 영화<밀양아리랑>, 박배일 감독, 2015).”
보리밭에서부터 온 산마을을 지키는 듯 휘감아 도는 바람은 먼저 간 이들의 혼이자 산 자들의 기운이며, 밀양 땅의 모든 생명들의 하나 된 투쟁이었다. 이재각은 밀양 땅의 산, 들, 바람, 자연, 산을 수호하는 신령들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생명들과 하나가 되어 십 수 년 동안 싸워온 강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말하고 싶었다. 그 ‘말’이, 이번 전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다.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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