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독립
2025년 9월 10일 ~ 2025년 9월 28일
기억의 순환과 잔상
기억은 언제나 우리의 곁에 존재하지만, 늘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기억은 희미해지고, 또 다른 기억은 불현듯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마치 일상 속에서 반복되며 순환하는 물결처럼, 기억은 사라졌다가도 다시 떠오르고,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를 찾아온다. 이번 전시 <기억의 순환과 잔상>은 바로 그러한 기억의 성질을 탐구하며, 이향희와 장동욱 작가가 각자의 회화로 풀어낸 ‘기억의 풍경’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시선과 표현 방법을 통해 기억의 다층적인 면모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향희는 기억을 하나의 장면으로 고정하지 않고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을 중첩한다. 이는 우리가 특정 장소를 떠올릴 때 단일한 순간만이 아니라 해당 장소에 얽힌 다양한 감정과 사건들이 동시에 떠오르는 순간의 포착이다. 그녀의 회화는 기억이 반복적으로 되돌아오고 서로 다른 층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함에 있다. 반면, 장동욱은 과거의 기억을 머금고 있는 도시 풍경에 주목한다. 그는 도시 속에서 개인의 서사와 맞물리는 장면을 포착하고, 절정이 지난 채 덩그러니 남겨진 건물이나 흔적, 차가운 콘크리트와 낡은 구조물, 주변에 흩어진 사물 속에서 기억의 자취를 발견한다. 이러한 풍경은 사소해 보이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흔적을 품고 있으며, 이를 회화로 재구성한다. 그의 작업은 도시와 개인의 경험이 교차하는 장면에서 발생하는 모호한 감각을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기억의 불완전함이 지닌 투명한 울림을 전달한다.
두 작가는 각자의 작업 방식을 달리하면서도, 정방형 캔버스를 통해 작품을 구성한다. 캔버스는 단순한 회화적 도구가 아니라 기억을 담아내는 하나의 틀로 기능한다. 사진첩이나 앨범 속에서 기억이 정리되듯, 정방형 캔버스는 두 작가가 기억을 기록하고 재구성하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이러한 선택은 서로 다른 작업을 하나의 장 안에서 연결하며, 기억이라는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기억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의 삶 속에서 계속 회전하고 번져 나가며, 때로는 흐릿한 흔적으로 남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기억의 다층적인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기억의 형태를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장이다. 관객은 전시장에서 각자의 경험과 기억을 떠올리며 작품과 마주할 수 있다. 이향희의 화면 앞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장소와 시간의 감각을 느낄 수 있고, 장동욱의 회화 앞에서 잔상처럼 남아 있는 흔적의 서정을 발견할 수 있다. 두 작가가 이야기하는 기억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설명되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질문 ‘기억이란 무엇인가’ 로 이어진다.
공간독립에서 펼쳐질 <기억의 순환과 잔상>을 통해 기억이 단순히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도 순환하며, 우리 삶을 구성하는 살아 있는 층위임을 제안한다.
참여작가: 이향희, 장동욱
글: 신명준 (공간독립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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