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24년 7월 17일 ~ 2024년 7월 23일
살아 숨 쉬는 기록
최서원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바쁘고 분주한 일상에서 변함없이 늘 가깝게 자리하는 것들이 있다. 집 앞 현관문을 나서면 보이는 이름 모를 나무, 그 나무에 둥지를 짓느라 바쁜 새들, 창문 틈 사이로 잔잔히 내리쬐는 햇살처럼 매일같이 마주하는 풍경들을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당연히 여기게 되면서 주변을 소중히 들여다보지 않을 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일상에 파묻혀 순간의 온기를 외면하는 이유는 오늘의 풍경을 무심히 지나쳐도 다음날 같은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소한 기분만으로 하루가 바뀌듯이 그들은 오늘의 남은 시간이 그저 물 쓰듯 흘러가지 않게 돌아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 누군가 양분과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자생하는 자연은 작가의 작품에서 생기를 머금고 왕성한 움직임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혜인 작가는 삶의 발자취를 늘 직면하는 자연에서 다른 이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미세한 특징을 자세히 살피며 생동하는 푸르른 감수성을 한껏 들이마신다. 지친 마음을 다스리고 맑은 기운을 고조하기 주기 위해 찾는 동무는 생각 외로 아주 근접한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각기 마련한 터에 씨를 품고 발아하여 자라나기까지 단 한 줌의 관심조차 받지 않았다 한들 흔들리지 않은 채 제자리를 지키는 풀꽃들, 그 꽃들 위로 그늘을 만드는 그림자와 이파리를 스치는 바람은 삶에서 조금의 시간만 투자한다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정취들이다. 찰나의 순간을 조성하는 하나하나는 전부 귀중한 기록이 된다. 작가는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이파리가 오늘 새롭게 태어났음을 살피고 숨을 갈무리한다. 나아가 마치 사람처럼 큰 특색 없이 그저 하루를 견뎌낼 뿐인 풀들에 그리고 스스로에게 내쉬어 보는 호흡으로 지나가는 삶을 회상하고 작품을 고유의 방식으로 이끌며 일상의 무던함을 문학적으로 승화한다.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햇살과 하늘의 빛깔, 바람의 온도를 흡수하여 태어나는 생물은 마치 배경만 바뀐 것처럼 전환된 장면 그대로 캔버스에서 호흡을 이어 나간다. 거친 듯 보이지만 대상의 속성을 섬세하게 담아낸 붓질과 색채의 조화는 꾸미기 위해 고의로 장치한 흔적이 아닌 본인이 바라보는 가장 자연스러운 시각으로부터 형성된다. 작가는 현장의 한 순간을 손으로 주워 그림에 다시 떨어뜨린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며 현실과 그림 사이에서 발생하는 과학적 차원의 형태를 초월한 자연의 생명력을 구현한다. 작품은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시공간에서 넘실거리며 각자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유동한다. 작가는 말 없는 이들의 너풀거리는 율동을 위안으로 삼아 화폭 가득 따뜻함을 싣고 익숙한 장면을 다시금 환기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현실의 각박함 속에서 우리는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고, 틀에 박힌 풍경은 지루함과 무관심으로 점철되어 시선 밖으로 멀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익숙함 속에서 느끼는 신선함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낸 스스로를 다독이며 곁에 함께하는 존재들을 중시하고 의미 있게 여기려 하는 이의 눈에서 비로소 나타난다. 이혜인 작가는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세상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정서를 작품으로 입체화하며 소통하고자 하는 장면과 끊임없이 교감한다. 눈앞에서 일렁이는 이미지를 보고 듣고 느끼며 화폭에 호흡하는 숨결을 불어 넣는다. 이번 전시에서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모든 것에 쉽게 질린 나머지 새로움에 눈뜨려 하는 대신 주변의 대상에 귀 기울여 보기 바란다. 더불어 주어진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작가의 의도를 헤아려 전시장을 나서는 길에서 보이는 풍경들에 잠시나마 몸을 맡기고 사색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보기를 소망한다.
참여작가: 이혜인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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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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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1: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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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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