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비
2015년 11월 11일 ~ 2015년 11월 30일
이효연 붉은색의 조화(Harmony In Red) Acrylic on linen 130.3×162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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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벗고 마른 낙엽 숲을 걸었다. 처음엔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푹신하고 바스락 하는 것이 좋았고, 처음 느껴보는 촉각이었다. 한번도 시도해본 적 없으니 당연히 처음 느끼는 감각이었다. 한참을 까만 밤의 까만 숲을 걸었다. 두려운 마음보다는 가끔 보이는 희미한 불빛에 이끌렸고, 그 불빛에서 무언가 따뜻함이 전해지는 듯 했다. 길의 끝은 보이지 않았고, 내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그 곳이 그 길의 끝이었다. 요즘은 까만 밤에 까만 숲 속을 걷는 것이 내가 작업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멈추고, 다시 그리면서 나는 희미한 불빛을 마주하거나 젖은 발바닥의 촉각을 기억해내려 한다. 독감을 앓듯이 몸살이 온다. 그림에 몸살이 온다.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받아들이고 걸음을 옮긴다. 내가 서있는 지금 이곳은 그저 새로운 길이 생기지 않은 무성한 풀숲일 뿐이다. 걸어온 발자국 뒤에 희미한 길이 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효연, 별이 우거진 하늘(Starry Night), Acrylic on linen, 116.8x91cm, 2015
출처 - 갤러리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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