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5월 31일 ~ 2016년 6월 12일
이훈. 40*5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5
"나는 다시 생 가운데로 던져졌어, 죽음이 나를 가져가지 않았으니까."
루이제 린저의 소설 ‘생의 한가운데’ 속 주인공 니나의 말이다. 언제나 운명과 삶에 대한 진지함과 인간에 대한 연민, 인간 존엄성에 대한 깊은 신념으로 가득 찬 그녀가 그랬듯, 생의 한 가운데서 우리 모두는 어떤 조각을 하나씩 가져와 자신만의 시간 축을 세워간다. 어떤 조각은 극적으로 행복하고, 어떤 조각은 절망적이다. 그것들이 이어져 각자의 생은 비슷하지만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사진가 이훈의 <생의 한가운데 _ 초원의 빛> 시리즈는, 제목 그대로 루이제 린저의 소설과 그 주인공들, 그리고 그와 유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주 오래된 낡은 카메라와 필름으로 조금씩 되살려서 표현한 작업이다.
시리즈의 첫 시작은, 대학시절을 보냈던 거리의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는 데서 비롯되었다. 젊은 날을 채웠던 낭만, 사랑과 이별, 학업,... 기억으로 떠오르는 생의 한 조각, 한 조각들을 사진으로 되살려나갔다. 오래된 핀홀 카메라(렌즈 대신 바늘구멍으로 사진을 찍는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마치 그의 기억처럼 어딘지 흐릿한 채였지만, 거기에는 일반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시간’이 함께 담겼다.
“핀홀 카메라의 필름은 바늘구멍으로 들어오는 너무나 적은 빛 때문에 필름에 오랜 시간 빛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보통 카메라 필름은 1/1,000초 1/8,000초의 빛을 받아서 촬영하는데, 이런 필름이 1분 10분 1시간의 빛을 받는 다는 것은, 인간의 시간으로는 한 달, 일 년, 십년 이상의 긴 시간이 됩니다.”
핀홀카메라의 필름은 당장 눈 앞의 현실을 오려내듯 빠르게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간 그 현실을 ‘산다’. <곰실마을>이라는 제목으로 연 작가의 첫 개인전도 강원도의 한 산골마을의 풍경과 그곳에서 오랫동안 정주해 살아 온 사람들을 핀홀카메라로 기록한 사진이었다.
그 사진들이 ‘곰실마을’ 풍경이 간직한 시간과 거기서 살아온 사람들의 세월의 깊이까지를 함께 담았듯이, ‘초원의 빛’은 이제는 흘러가버린 인생의 찬란한 어느 시간들을 두터운 질감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훈은 이번 전시 <생의 한가운데_초원의 빛>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생의 한가운데> 시리즈를 이어갈 생각이다.

이훈. 40*5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6

이훈. 40*5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6

이훈. 100*125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6

이훈. 40*50cm. Digital pigment printing. 2016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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