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사진미술관
2019년 5월 22일 ~ 2019년 6월 23일
(c) 임안나
엊그제 한 신부님이 오셔서 오래된 교회의 종을 이야기하다가 포탄으로 만든 종들의 모양이 다양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신부님은 작은 공소나 교회의 종을 이야기하고 싶었겠으나 우리의 역사는 남의 이야기를 하듯 흘러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전쟁의 불씨는 남아 있고 그 상흔들은 치유되고 있지 않은데 선거철만 되면 위정자들은 그걸 우려먹으며 자신의 정당이나 개인의 안위만을 챙기기에 급급하다. 얼마 전 비무장지대내의 GP(감시초소) 이십여 개를 철수하고 철거를 했지만 북한은 며칠 전에도 여전히 미사일(혹은 방사포)을 발사하고 있다. 어쩌면 전쟁박물관에 가서 탱크 앞에서 하트를 날리며 기념사진을 찍는 아이들에게 탱크나 박격포 미사일은 ‘차가운 영웅’으로 보일 수 있다. 전쟁은 평시에는 박물관의 기념사진에 불과 한 것이 예기치 않는 음모와 이유로 개인을, 국가를, 인류를 멸망시키고 고통을 준다. 임안나의 ‘냉각된 오브제(Frozen object)’ 시리즈에서 보이는 백색의 배경은 선연한 메타포다. 세상이 ‘하얗다’는 것은 모든 것이 지워진 창백한 영혼을 말한다. 사진은 순백의 세계로 희고, 투명하고 차분하다. 그것은 작가의 의도된 장치이리라. 미니어처로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큰 스케일을 느끼게 하는 것은 그의 다른 작업 냉각된 영웅(Frozen Hero) 시리즈 등에서 보이는 실물크기의 무기들에게서 받은 영향도 있겠다.
전원주택 옆에 하늘을 향해 곧 발사 될 것 같은 발사체나 유원지 안에 들어선 탱크는 흑백사진으로 실제의 풍경임에도 뭔가 허구적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딸기향이 나는 분홍색 케이크의 양 옆으로 탱크를 밀고 들어오는 로맨틱 솔저(Romantic Soldiers)를 보고 있노라면 그것을 과연 로맨틱이라고 할 수 있을지 가슴이 먹먹하다. 물론 이것은 알레고리의 형식이다.
임안나는 전쟁의 무기들을 참혹하거나 무겁게 표현하고 있지 않음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지내는 전쟁의 이야기를 끈임 없이 보여주기 위해서 피사체를 눈앞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심지어는 안개꽃에 묻혀있는 하얀 병사들의 이미지는 발견한 순간 눈앞이 아뜩하다. 언제쯤 전쟁이 아닌 평화 속에서 공존하는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6월에 생각해보는 전시 임안나의 ‘SHOW UP- 무기의 표상과 허상’을 소개한다.
출처: 서학동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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