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갤러리
2015년 6월 25일 ~ 2015년 7월 23일
임자혁_주홍색 드로잉 시리즈_종이에 잉크, 스티커, 50장_각각34.6X24.9cm_2015

임자혁은 스쳐 지나가는 것에 주목하며, 흔하게 볼 수 있는 주변의 사물에서 이미지를 발견하여 흔치 않은 드로잉을 시작한다. 그의 손을 거치면 일상의 사물은 일상적이지 않게 되고, 그림의 프레임 안에 들어온 이미지들은 사뭇 엉뚱해 보이거나 위트 있게 보이기 시작한다. 작가는 세상을 클로즈업하듯 작은 부분에 주목하는데, 작은 이미지를 반복하기도, 주인공이 되는 이미지를 단순화하고 나머지를 생략하거나 색을 통해 변형, 과장해 보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요소를 증폭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고 대상을 자세히 관찰해 보는 계기가 되며, 그리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거리가 되기도 한다.
작가가 펼쳐 놓는 화면 안에는 봄에 꽃잎이 화초 위를 덮는 모습이나, 나무가 집의 창문을 다 가릴 만큼 커진 풍경, 소화기가 모두 밖으로 나와 모여있는 모습, 균일하게 서 있는 가늘고 긴 자작나무들 가운데 쓰러진 나무 등이 보인다. 쓰러진 나무의 파격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에 대한 메세지처럼 보인다. 임자혁은 이렇게 우연히 만나는 장면을 포착하여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더해 빠르게 해석하는데, 관람자는 그림을 보면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천천히 알아채고, 흥미를 느끼며 자신의 생각을 더해 또 다른 해석을 낳기도 한다. 이렇듯 임자혁의 드로잉은 달리 보면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하고 재미있게 보이기 시작하는 어떤 ‘조금 이상한 날’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 갤러리의 1층에는 이렇게 그려진 작은 드로잉이 줄지어 보여진다. 각기 다른 곳, 각기 다른 계절과 시간에 작가가 주목하는 풍경을 엿볼 수 있다. 2층에는 아래 층에서 본 그림의 부분이 크게 확대, 프린트되어 보여진다. 세상의 구석은 그림으로 들어오고, 다시 ‘그림의 구석’을 또 다른 그림으로 끌고 오는 듯 하다. 작은 그림으로부터 더 좁고, 더 작은 부분을 들여다 보여주는 것이다. 아래에 이런 것이 있었다고 알려주듯, 돋보기로 본 그림의 부분을 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임자혁은 대학시절부터 손에 익은 테크닉에서 벗어나고자 작고 다양한 작업들을 힘주지 않고 계속해서 그렸다고 한다. 그리다 보니 드로잉 북이 늘어나고 부담 없이 그리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상상 이상의 큰 작업을 하고 싶어지면 벽 드로잉을 하기도 한다. 자신을 표현하고 발산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다. 그림에 대한 작가의 자유로운 사고는 새로운 가능성을 더해가고, 가보지 않은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작가와 그림과 세상과의 관계에 주목하는 임자혁은 구석진 부분에서 세상의 ‘질서’를 찾으려고 하며 그림 안에서 또 다른 ‘그림의 질서’를 만들어 가는 일을 그림을 통해 이어가고 있다. / 조정란, 누크갤러리 디렉터

임자혁_깃털_종이에 잉크_34.6X24.9cm_2015

임자혁_그룹 미팅_종이에 잉크, 과슈, 콜라쥬_54X39cm_2015

임자혁_야유회_콜라쥬_49.8X41.9cm_2015
출처 - 누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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