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토
2000년 5월 19일 ~ 2000년 6월 18일
로댕갤러리는 2000년 5월 19일부터 6월 18일까지 현대미술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재미작가 임충섭의 개인전 「임충섭 : 빛의 건축」展을 마련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여러 전시회를 통해 호평받았던 그의 대표작과 신작이 함께 소개되는데, 작가 임충섭의 30여 년 예술세계의 진면목이 총 집약된 국내 첫 대형 회고전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적 내용과 서구적 형식이 결합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치는 임충섭은 1980년대 이후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해왔으며, 한국적인 감성을 기반으로 정제된 기억의 단편들을 종합한 설치작품을 제작함으로서 물질적 상황의 이면에 숨어 있는 정신과 물질의 교류현상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20세기 이후 아방가르드 미술에서 주요한 물질적 주제로 이용되어온 "빛"을 작품의 물질적 주제로 이용하여 호평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를 크게 두 개의 방으로 분리해서 대형 설치작품과 그와 관련된 자료들을 함께 구성하여 전시하게 되는데, 갤러리A에는 신작 <빛몰이>를, 갤러리B에는 <물매>를 설치하며, 작가의 30년 작품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자료들을 따로 '자료방'을 구성하여 전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게 되는 <빛몰이>는 빛과 실을 이용해 지금껏 그가 추구해온 물질적 표상과 내면적인 정신작용의 조화를 드러낸 작품으로 그동안 임충섭 자신의 예술가적인 삶의 기억들과 여정을 집약하여 정리한 작품이다. 따라서 과거의 작품들과는 달리 물질적인 재료들이 거의 배제된 순수한 예술가적 열정의 서사적인 드라마를 조명과 실, 연필드로잉 등 백색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갤러리B에서 전시되는 <물매>는 그동안 발표되었던 <물매Ⅰ,Ⅱ...>시리즈를 종합하는 작품으로 실과 베틀, 그리고 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흙을 재료로 구성하였다. 또한 커다란 전시공간을 이용한 스케일의 확대를 통해 시각적인 감성폭을 확장시키고 그동안 산발적이었던 그의 작품의 예술적인 의미요소들을 종합 구성하여 작품 표현력 또한 자연스럽게 확대되도록 하였다.
빛몰이, 설치작품, 2000, 5m x 5m x 3m, 혼합매체
조명 차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방향성, 벡터를 시각화 하여 작가의 미학적 사유를 확장시키고자 한 작품으로 실, 빛, 드로잉 등의 요소들은 서로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정하게 완결된 하나의 독자적인 빛의 세계를 구성한다. 실과 더불어 빛의 다른 구체적인 형태인 바닥의 드로잉은 형태 자체에 대한 자연주의적 접근으로 삶의 우연성에 대한 명상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며, 지우고 다시 그리는 반복 행위는 삶의 우연성이 만들어 내는 효과와 닮아 있다.
그러므로 작가에게 미술은 삶의 부분일 뿐 어떤 영속적인 현실을 보장해주는 도구가 아니다. 드로잉을 비물질적으로 치환한 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빛은 외부로 확대되는 것만이 아닌 내부로 진행되는 깊이를 가지고 소우주를 창조하기도 하는 최고의 정신적 유연성을 지닌 매체이고 시간적인 진행을 표상하는 존재인 반면에 빛에 의해 촉발되고 빛과 유사한 속성을 지닌 그의 무의식의 기억들은 정적인 세계로서 존재한다.
그리하여 마음이 명상하는 존재의 울림, 빛이 촉발시키는 삶의 기억과 이미지들은 그의 예술작품의 확고한 주제가 된다.
물매, 갤러리 B 공간 전체에 설치, 1997~2000년 / 387㎡, 높이 7.8m / 혼합매체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주제로 베틀의 형상, 실, 그릇 등의 형태를 주조하여 쌓기의 미학을 형식화 한다. 특히 뒷부분에 쌓여 있는 흙더미는 작가 자신의 무의식적인 기억에 축적돼 있는 삶과 그 삶이 구성되는 방법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담고 비우고 다시 담고 비우고 하는 반복적 행위를 암시하는 커다란 대접은 인간 삶의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비유한다.
크기로 인한 공간적 지배효과와 더불어 작품 전체 스케일의 확대를 통해 시각적인 충격, 미학적 참신성을 탐구한다. 앞부분에 있는 베틀 형상은 작가가 조형미의 원형으로 생각하는 곡선성 자체가 환기시키는 한국적 정서와 베틀이 연상시키는 노동의 의미에 대한 명상을 통해 그의 과거 기억을 예술적으로 확대시킨다. 작가의 해석을 통해 일상의 사물이 예술적으로 변신하는 과정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실은 그의 정신의 상징이자 빛을 상징하는 것으로 일종의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코드이다. 그러나 실로 치환된 그의 정신, 즉 그의 존재성의 형상은 환경적인 요인들 혹은 설치작품을 구성하는 다른 모든 요소들의 조합에 투영되는 구조에 의해 그 존재방식이 결정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의 미술은 다음 개념을 향해 재조직화될(reorganized) 수 있는 동력을 얻는 것이다.
출처 : 로댕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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