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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30일 ~ 2023년 9월 28일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ne
여섯 번째 이야기 <김효진: ‘GIVE’로부터>
작가: 김효진
‘보다’라는 행위는 ‘기다리다’의 의미로 직결된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기대하는가. 두 눈으로 바라본 것, 거기에 나의 인지적 시점이 투영되고 눈 앞에 있는 것이 어느 순간 다르게 읽히는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이 혼재된 장면이 내 일상에 나타나는 경험을 한 적이 종종 있었다. 어쩌면 내가 미리 그려놓은 장면과 눈 앞의 현실을 겹쳐 혼동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을 쏟는다. 대상을 만들고 에너지를 쏟아 조각한 뒤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만드는, 그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나는 랜덤하게 엮인 내가 만든 이미지 안에서 가능태의 장면들이 산재한다고 생각한다. 다가올 일들을 모두 가늠 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형태를 기대 해 볼 수 있지는 않을까? 나의 인지적 시선, 그 끝에는 이처럼 다가올 것들에 대한 기대감이 투영되어 있다.
어느 하루,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나는 그 것을 똑바로 바라보고자 하는 충동을 가졌었다. 빛은 나를 향하지만 나는 한 번도 빛을 제대본 적이 없다. 가던 발 걸음을 멈추고 손을 눈 앞에 세워 빛을 올려다 보았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응시하려 애를 썼고 마치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해는 손가락 사이로 보였다 사라졌다 하며 그 형태를 바꾸었다. 이 응답 없는 행위는 나로 하여금 왜 그것을 보려 하는가 의문을 들게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물은 질문에 답할 수가 없었다. 해를 바라보는 것, 그 것을 붙잡기 위해 손을 이리저리 움켜 쥐었다 펼치는 그 행위는 마치 타인의 눈을 마주한 내 상태와 중첩 되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Catching and Grabbing’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제작 과정에서 첫 단계는 항상 깊은 차콜 컬러를 캔버스 표면에 덮는 일이다. 차콜색 물감을 붓으로 펴 바르면 흰 바탕의 캔버스 위에 깊은 흑색의 새로운 공간이 생기는 것 같다. 검은 붓이 지나간 자리는 처음엔 반짝거리다가 금새 빛을 잃는다. 표면이 말라가는 과정에서 붓자국은 사라지고 캔버스 프레임 안으로 무언가가 스며들어 가는 것 같은 침몰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위에 다시 붓질을 함으로써 숨겨진 어떤 것들을 발굴 해내는 듯한 과정을 거친다. 어둠 위로 덮이는 컬러와 형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듯 어긋나고 그림이 완성 되었을 때 그 나름의 조형성을 가진다. 검은색 깊은 심연으로부터 시작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인지영역의 이미지 속에서 불현듯 본래의 현실 이미지가 다시 시선을 사로잡고 나는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이러한 시선의 미끄러짐을 작업에서 형과 색면으로 구분지어 직관과 인지의 차이를 주었고 그것들이 중첩되어 한 화면을 이루게 했다. 나는 강박적으로 레이어들을 겹쳐서 막혀 있는 듯 하지만 뚫려있고, 끊어져 있는 듯 하지만 연결된 하나의 포털을 만든다.
나의 시선은 편집적으로 하나를 끌어 당기고 그렇게 다가온 프레임을 지나 또 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한다. 시선이 이끈 프레임을 쌓고 부수고 재조합 하기를 반복, 그 과정에서 내가 보고자 하는 것들을 가시화 한다. 여러번 레이어를 겹치다 보면 붓질 사이로 새로운 것들이 생긴다. 무수한 가능성을 가진 불분명한 형태와 중첩된 컬러 사이에서 내가 보고자 하는 것/기다리는 것의 형태가 드러나게 프레임을 완성시켜 나간다. 나는 이 과정에서 완결성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자문하고, 주저하고 또 답을 찾아낸다.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형태들을 조각하고 잇고 허물다 보면 마침내 하나의 이미지만이 남는다. 나는 그 것이 가능태로서 기능 할 것이라 생각한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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