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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일 ~ 2023년 7월 31일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
네 번째 이야기: 창 위의 요철
작가: 전영주
전영주(b.1994)는 평면과 입체를 경유하며, 매체와 내용에서 미묘한 요철을 찾는다. 개인전 《노멀매핑》(2022, 스페이스 캔)에서는 입체와 평면 사이, 구조와 내용을 상호 참조해 작품을 만들고 그것의 관계에 대해 고민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시리얼즈》(2021,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오늘들》(2021, 킵인터치), 《페리지 윈터쇼》(2022, 페리지 갤러리) 등이 있다.
창 위의 요철
홋카이도에서 열차를 타고 가다 본 어느 풍경 위에 반대편 창의 상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매끈한 창에 비친 상은 순식간에 다른 풍경으로 이어지며 플레이 됩니다. 순식간의 감각을 옮기려 붓을 빠르게 질러보거나, 캔버스를 바닥과 수평으로 두고 물살을 일으키듯 붓으로 물감을 펴바릅니다. 그러나 창 위의 완벽한 평면은 옮길 수 없습니다. 얕은 물감의 두께와 미세한 요철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회화가 가진 입체적 요철에 대한 고민은 〈비트맵 파도〉로 이어집니다. 붓으로 일으킨 파도를 입체조각으로 본떠 반복해 제시합니다. 똑같은 틀에서 나온 조각이지만 안료의 양이나 매끈함의 정도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기억이 열화되듯 조각을 반복하여 캐스팅할 수록 처음과는 다른 모양이 되어갑니다.
파도는 단 한 번도 똑같은 모양으로 치지 않습니다. 파도가 치고 나면 그 장면은 사진으로 남거나 낱장의 기억이 됩니다. 그래서 과거는 평면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친 파도는 다시 만질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만질 수 있는 것만 입자와 덩어리를 갖기에 저는 현재를 입체로 느낍니다. 제가 어떤 풍경을 그림으로 남기고 그것을 입체로 만들려는 것은 묘하게 거슬리던 풍경과 그것을 그리던 순간을 현재로 불러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의 붓질도 파도와 비슷합니다. 마음에 드는 스트로크가 나와도 그것을 완벽하게 똑같이 반복할 수 없습니다. 붓으로 일으킨 파도는 늘 아쉬움이나 그리움을 남깁니다. 붓질이 남긴 모양과 질감을 신경쓰다보니 이 스트로크의 입체감은 언제든 복제하여 불러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미 그려버린 붓질의 입체감을 복제한 뒤 과거의 질감을 회상하는 데에 씁니다. 요철을 가지고 있던 장면을 그리고 그것을 그리던 붓질을 조각으로 재현 합니다.
전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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