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사이드
2021년 10월 20일 ~ 2021년 11월 7일
한 번쯤 먹어봤을 법한 사탕이 있다. 차갑고 둥근 표면이 혀에 닿으면 알갱이들이 시끄러운 폭죽 소리를 내다가 눈앞에 작은 별들이 요란하게 흩날리는 듯한 맛이다. 물방울 소리에서 동그라미가 연상되거나, 높은 음의 경쾌한 소리에서 청량한 색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듯 미각이나 청각, 촉감 등 전혀 다른 감각으로부터 만들어진 감정에서 색이나 모양이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공감각적(Synesthesia) 지각을 경험하며, 대체로 외부자극을 받아들일 때 기억에 의존한다.
이번 전시 《The Taste of Violet》은 장경린과 지강의 2인전으로, 두 작가는 각각 조각과 회화라는 서로 다른 매체와 재료를 다루며, 감각이 불러일으키는 무형의 존재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구현해내는 작업을 한다. 이들 각자의 기억과 상상력을 원천으로 한 결과물은 전시장을 미각과 시각이라는 두 가지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삼아, 또 다른 감각의 전이를 이끌어볼 예정이다. 전시의 제목 《The Taste of Violet》은 이러한 상호작용을 두 가지 색-빨강과 파랑-이 만나 만들어지는 또 다른 색-보라(Violet)-로 나타냄과 동시에, 색(色)에서 맛과 기억을 환기하는 경험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전시장 공간을 중심으로 탐스러운 색상의 조각이 쌓여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디저트와 음식 사진에서 현대인의 과시적인 표현방식과 이에 집중되는 다수의 관심에 주목하는 장경린(b.1996)은 디저트의 심미적 요소를 레진과 아크릴의 물성을 이용해 자신만의 형상으로 재해석한다. 설탕으로 이루어진 디저트의 반짝임과 화려한 색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답고 달콤한 것이 주는 쾌락과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그녀의 작업 방식은 정확한 계량과 순서를 따르는 사탕이나 젤리의 제조과정과 유사하다. 색상을 볼 때 미감을 떠올린다는 작가는 일상의 순간에서 영감을 얻은 색을 컬러차트로 만들어 일기처럼 기록하고, 이것을 팔레트 삼아 작업에서 재배치하여 사용한다.
안쪽 벽면에는 한 여인이 캔버스를 무대 삼아 유동적인 움직임으로 춤을 추고 있다. 지강(b.1993)은 상상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토대로 인물과 그를 둘러싼 장면을 설정하여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회화 속 인물과 서사를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꿈과 현실의 경계를 잇는 매개체로 이용한다. 붓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혼합된 색감에서 보여지듯, 캔버스 위에 직관적으로 그려진 그녀의 형상들은 스스로의 감정과 시간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들에 대한 기록이자,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해소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참여작가: 장경린, 지강
출처: 얼터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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