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텔
2023년 12월 5일 ~ 2023년 12월 16일
『한 가지에 몰두했다. 관찰이 좋았고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었다. 적절한 위치를 고민했다. 아주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대상을 마주하는 과정이었다. 문득 다가가고만 싶은 대 상을 발견했다. 그저 멀찍이서 들여다봤다. 물리적으로 나는 한곳에 서서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계속 다가가고 있었다.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과 알게 되는 것들을 부정하면서 대상과 함께했다. 시간은 미화하거나 왜곡되면서 모든 것을 변하게 했다.
결국 윤곽만 남겼다. 모든 것을 비웠다. 존재를 이루는 테두리 혹은 그림자의 형태였다. 현실에서 어느 시공간은 존재 자체를 그림자처럼 보이게 했다. 또 약간의 빛만 있어도 그림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날 선 추측과 느긋한 상상이 계속되었다. 그 너머의 내면에서 감정까지 나아갔다.
실루엣은 멈춰 있지만 시선에는 다음이 있다. 일상의 누군가나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바라본다. 여기 빈자리에는 나도 있을 것이고 이를 바라보고 있는 당신이 존재할 수도 있다. 이내 당신은 무관심해질 수 있고 쉽게 잊을 수도 있지만 나는 여기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이 알 수 없음과 그로 인한 오묘함에 집중하고 있다. 나에게 스쳐 지나가는 감정은 그림자가 된다. 그림자들은 유영하고 있다.』
일상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 어디든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그림자이다. 그것은 윤곽이 드러나는 실루엣에 가려진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형상이다. 윤곽이란 사물의 테 두리나 자세하지 않은 대강의 모습이며, 실루엣은 까맣게 칠해진 모양이나 상태를 말한다. 즉 그것을 실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를 가리켜주는 일종의 기호가 될 수 있다. 실체 로부터 떨어질 수는 없지만 그것으로부터 소외된, 이중적인 성격을 갖는다. 보이는 대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표정 또한 알 수가 없다.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감정을 읽을 수 도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자신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을 저장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의 소용돌이와도 같은 숨겨진 부분이다. 억압된 본능, 개인주의, 이성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인정할 수 없는 자신’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묻혀 있는 부분이다. 본인의 작업에 드러나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실루엣’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오로지 실루엣, 즉 윤곽의 안을 검게 칠한 사람의 심리에 집중할 수 있다. 그들의 감정을 추측하게 된다. 일상 속에서 본인은 타인들과 원활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들을 온전히 알고 있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깝지만 먼 듯 한 그들이 늘 존재했다. 타인과의 의사소통에서 표출되는 태도와 내면적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양가감정을 경험 했다. 본인뿐만이 아닌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스쳐 지나간 감정에 대한 감각이 내적 심상의 형상으로 남게 되었다.
때로는 행동만으로도 그 감정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대조적으로 작업 속 대상들은 움직임의 측면에서 정적이다. 의도적으로 정적인 움직임을 포착하였다. 대체로 크나큰 움직임이 없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은 모호한 감정을 나타내기에 적합했다. 흘러가는 순간을 멈추어 그 기록을 다시 바라본다. 실루엣들을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의 시선 에 배치한다. 이는 본인의 상황 속에서 이탈하며 벗어나고 싶은 순간의 심리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대상을 지켜보는 시점이 생기게 된다. 또한 보는 이가 대상과의 실제의 거리감이 생겨 영화의 한 장면처럼 관객이 되어 보이는 것과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연상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추측하도록 의도하였다. 이처럼 공간적 거리를 작용시켜 심리적 거리를 연출하였다. 캔버스의 거친 표면에 긴 시간을 집어넣어 두툼한 결의 두께를 만든다. 시간은 물감과 붓을 통해 겹쳐지고 쌓인다. 현상 즉, 보이지 않는 시간이 우연적인 손 의 사건에 힘입어 붓질의 흔적을 통해 가시적 존재로 표면에 나타낸다. 그 피부 위에 축적되고 머무른다. 그 흔적으로 인하여 소멸되는 시간을 응고시킨 자취를 남긴다. 결코 일회성으 로 완결되는 것이 아닌 가능한 무수한의 반복으로 인한 레이어를 통해 깊이를 가진 색의 상태를 만든다.
본인의 작업에서 실루엣은 자신을 발견하고 반영하여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의식의 이면을 드러내는 매개체이다. 서로 다른 욕망이 넘쳐나는 현대의 뒤틀린 일상에서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고 존재를 감각하여 현재를 인식할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제작하는 과정에서 행동이 최소화한 형태로 드러나는 감각적 심상을 표현하는 방법은 본인의 과도한 혹은 결단적인 감정을 절제 시켜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확장하여 본인은 물론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감정을 억누르고 자신의 뜻과는 일치하지 못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하 게 된다. 그로 인한 불안함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의미에 위안을 전하며 공감을 이루고자 한다. 앞으로의 작업에서는 면밀히 고려하여 보다 깊고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 의 삶과 심리적 기제들을 작업화함으로써 더 많은 가능성으로 소통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 나아가고자 한다.
참여작가: 정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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