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2016년 11월 3일 ~ 2016년 12월 23일
정석희, The Gate, 2004, 1 채널 비디오, 3분,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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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은 2016년도 중견작가 초대전으로 정석희 작가의 ‘시간의 깊이’를 개최한다. 정석희는 드로잉, 회화, 영상 작품을 통해 인간 실존의 문제들을 친근하면서도 무게 있게 다루어왔다. 특히 ‘회화의 완성은 어디인가?’라는 의문에 고심해 온 작가는 그림의 화려한 완성에 초점을 두기보다, 붓질로 지우고 덧입히는 과정의 이미지들을 낱낱이 모아서 연결하는 ‘영상 회화’와 ‘영상 드로잉’을 연구하여, 평면 회화나 드로잉이 가질 수 없는 ‘그림의 깊이’를 만들어냈다.
수백 장의 드로잉을 그리는 노고와 캔버스에 수많은 형상을 반복적으로 지우고 칠하는 고행과도 같은 작업으로 하나의 영상이 탄생하는데, 이 영상 안에는 두터운 시간의 층이 담겨 있다. 정석희는 영상 매체를 통해 평면 작품에 움직임과 시간을 불어넣으면서도, 질퍽한 물감의 흔적과 종이의 결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미지들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엮음으로써 하나의 영상물보다는 살아있는 회화 또는 다층 회화를 제작해낸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압축된 것과 같은 영상 드로잉과 영상 회화 10여 점을 중심으로, 이와 연결된 평면 회화 10여 점과 밀도 있는 소형 드로잉 다수를 선보인다. 작가의 생애 처음으로 선보이는 핵심 구작들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몽환적이면서도 예리하게 담은 근작들, 작가의 모든 사유를 한 편의 시처럼 녹여낸 8분짜리 영상 회화 <늪>(2016)을 포함한 올해의 신작들까지 한 자리에 모았다.
전시 제목인 ‘시간의 깊이’는 정석희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특성을 시간이라는 요소에 비추어 통찰한 것으로서, 인간은 유한한 시간 속에 살아가지만, 만약 우리가 작은 삶의 순간들을 끊임없이 성찰하려는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우리의 생각 속에서 무한한 깊이를 가진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영상 회화 속 무수한 장면들은 변화하고 때론 완성된 듯 보이다가 다시 사라질 수도 있는, 시간에 맡겨 살아가는 유한한 인간의 숙명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보는 이들이 깊이 공감하며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정석희의 일상을 다룬 많은 작품들에는 생명의 유한성, 숙명적인 고통, 작은 기쁨으로 함축되는 삶의 본질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 드로잉 <소파>(2002)는 20여장의 드로잉을 영상으로 엮고 각 장면에 한 줄의 텍스트를 첨가한 작품으로, 마치 작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은 친밀한 느낌을 선사한다. 아이의 탄생, 아내의 투병과 극복, 생활고 등 작가가 겪은 인생의 굴곡들은 다채로운 색감과 서정적인 사운드로 아름답게 환기됨으로써, 관람객들은 자신의 삶을 차분히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일상과 꿈의 이미지들은 정석희의 작품 속에서 종종 흥미롭게 뒤섞이는데, 대표적으로 <The Island>(2003)에서는 작가가 실제로 촬영한 침실 풍경의 영상을 낯선 풍경을 그린 목탄 드로잉과 나란히 놓아, 고단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지키는 일상과 다른 세계로 가고자 하는 욕망을 병치하였다. 일상 영상의 잔잔하고 평범한 느낌은 드로잉 이미지들의 자유로운 느낌과 대조된다. 이외에도 여러 작품들에서 자동기술법적으로 일상과 상상의 이미지들을 결합하여 힘든 현실을 열심히 사는 것은 그 자체로 숭고한 일이며, 이는 우리가 꿈을 꾸도록 하는 원천임을 나타낸다.
전시장 벽 전체를 웅장한 자연의 공간처럼 만든 <구럼비>(2014)는 정석희의 근작 중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대표 작품이다. 작가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의 작업에서 종종 사회, 정치적 사건들을 표상한다. <구럼비>는 제주도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 파괴 사건을 다룬 영상 회화로, 거대한 바위와 푸른 용천수가 거친 철조망으로 뒤덮이는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을 뒤돌아보도록 한다. 작가는 이러한 묵직한 사건을 표상하면서도 상상의 요소들을 놓치지 않는데, 여기에서는 바위에 사는 정녕을 그려 넣어서 치유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외에도 세월호, 철원 노동 당사 사건 등 정석희는 굵직한 사회적 트라우마를 다양한 작품들로 다루었는데, 동시에 <명멸하는>(2016)과 같은 작품에서 조선시대 종묘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왕의 역사가 아닌 민초들과 개인의 역사를 돌아보거나, <까마귀와 밥>(2012)같은 작품에서 폭력이 만연해지는 사회 속 개인의 내적 갈등을 나타내는 등 특정 사건이 아닌 사회 속 개인의 삶과 소통의 문제를 아우르는 목탄드로잉은 인물과 풍경을 투박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하는 정석희의 개성을 가장 잘 나타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첫 영상 드로잉 작품 <A man in New York>(1999)을 비롯하여 다양한 드로잉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A man in New York>은 뉴욕의 건조한 도시 속 고독해 보이는 한 인물에 초점을 두었는데, 인물을 종이 인형처럼 오려내어 배경 드로잉에 결합한 영상 드로잉 콜라주라는 독특한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도시를 배회하던 인물은 마지막에 하늘로 날아가는데, 이러한 작가 특유의 상상력은 초기 작품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작품 <Untitled>(2010)은 일상과 꿈의 세계를 넘나드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영상 드로잉 작품이다. 여기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 인물이 갑자기 유니콘을 타고 하늘을 나는 등 신비로운 일을 경험하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일상과 상상의 이미지들을 자유롭게 결합하여 자동기술법적으로 전개하는 기법은 정석희의 대표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일상의 밥벌이와 같이 현실적인 문제들을 직시하면서도 동시에 꿈의 환상적인 장면들을 풍부하게 첨가함으로써 삶의 힘든 과정 속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는 인간의 삶의 태도와 의지를 엿볼 수 있도록 한다.

정석희, 소파, 2002, 영상 드로잉, 18개의 드로잉 이미지, 4분 18초, 부분 스틸 이미지

정석희, 늪, 2016, 영상 회화, 78개의 회화 이미지, 8분 18초, 가변크기

정석희, 늪, 2016, 영상 회화, 78개의 회화 이미지, 8분 18초, 가변크기

정석희, 명멸하는, 2016, 캔버스에 혼합재료, 140×200cm
개막식 : 11. 03 (목) 5pm, OCI미술관
작가와의 대화
일시 : 2016년 12월3일 토요일 오후 2시
장소 : OCI미술관
작가 : 정석희
사전 신청 : kjy@ocimuseum.org, 02-734-0440~1
주최 및 주관 : OCI미술관
출처 :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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