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밈
2017년 4월 26일 ~ 2017년 5월 2일
정수안_봄꽃_Acrylic on canvas_100x80.3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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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관념 속 여성
한겨울, 함박눈이 내려 산과 들, 집과 건물들, 거리의 차들과 앙상한 가로수들조차 하얗게 덮어 놓았다. 보이는 모든 것은 하얗고,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얼얼하게 만들어 버렸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통증은 어깨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어 버렸다. 그러다 거리의 꽃가게에 들어서면 형영색색에 수많은 꽃들과 그 꽃들에게서 피어오르는 향기가, 문 하나로 다른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조금 전까지 회색빛 무채색의 세상에서, 알록달록한 칼라의 세상에 들어온 듯, 난로로 달궈진 따뜻한 공기와 각각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그 꽃들에게서 피어오르는 향기가 지금의 계절을 잊게 만들 정도로 머릿속을 가득 메워 놓는다.
이렇게 잠깐의 변화된 상황에서라도 사람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모든 감각은 예민해지고,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정보들을 빠르게 얻어내려 한다. 이 정보들을 통해, 머릿속에서는 변화된 상황에 대한 파악과 대처, 적응력을 구축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구축된 데이터는 관념이 되어버려 앞으로의 일들을 예상하고 준비하기도 하지만, 때론, 현실을 벗어나 환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여자에게선 꽃 향기가 난다.”
“여성은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 한다.”
여성에 대한 환상과 여성 스스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얘기할 때, 보편적으로 예쁜 꽃과 꽃에서 풍기는 향을 떠올린다.
본인은 이러한 보편적인 관념 속에서 느껴지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꽃의 외형과 향기를 매개로 표현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여자라면 누구나 예뻐지고 싶고, 남들에게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 한다.’라는 것은 외모에 관한 여성의 관심이 극히 본능적일 수밖에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를 들어 엄마의 화장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여자아이의 행동은 단순한 아이들의 호기심이 아닌,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미모에 신경을 쓰는 여자만이 갖고 있는 본성에서 투영된 첫 번째 행동으로 보여질 것이다. 사춘기로 접어든 소녀가 조금씩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어설픈 화장 실력을 보이며 짧은 치마를 입어보는 것은 소녀에서 여성으로 되어가는 통과의례로 느껴지며, 이제는 숙련된 화장 실력으로, 갖가지 미용용품들을 구입하고, 다이어트, 운동, 식단조절 까지 하는 아가씨는 자신의 존재감을 돋보이는 열의로 보인다.
평범한 한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의 나이는 규정 짓지 않겠다. 외출을 하려는지 화장을 하고 있다. 실물보다 예뻐 보이기 위해서, 실제 나이 보다 어려보이기 위해서, 거울을 보며 꼼꼼히도 화장을 한다. 화장의 색과 향기가 자신의 신상을 제대로 외곡(?)했다. 이를 보는 사람들마다 외모에 대해 칭찬일색 일때 여성은 기분이 좋아진다. 거울 앞에서 긴 시간 동안 작업(?)했던 자신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있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아름답게 보아주고 있다는 것에 더 기분이 좋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여성의 의도와 행동을 주목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여성의 외모와 그 외모를 통해 느꼈던 인상과 자신들의 감정에 치우쳐 그녀를 봐라 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외모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성이 떨어지고 잊혀 질 수 있다. 하지만 인상이나 감정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부풀려지거나 왜곡되어, 실체와는 또 다른 형상을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 여잔 참 예뻤어!”
“그 여자 무척 어려보이던데?”
“그 여자에게선 꽃향기가 났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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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체적 형상의 기억보다 감성적 표현의 기억으로 말이다.
여성은 자신만의 아름다운 색과 향으로 다른 이들에게 정확히 어필하였으며, 그로인해 상대방들의 기억 속에는 그녀가 한 송이의 꽃이 되었다.
아름다운 자태와 향을 품은 꽃처럼 되고픈 여성의 마음과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를 살짝 곁들여 ‘꽃으로 비유되는 여성과 여성으로 비유되는 꽃’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없이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여성의 마음과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규정되어진 꽃이라는 존재. 일말의,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 이 두 존재를 동일화 시킬 때, ‘아름다움’의 감정이 피부로 와 닿았을 때, 느끼는 본능적 감각인 시각, 후각, 촉각적 느낌들을 평면의 회화작업을 통해 느껴질 수 있도록 작업해 보았다.
출처 :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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