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록
2022년 2월 5일 ~ 2022년 2월 13일
오늘의 가상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사뭇 복잡한 작업이다. 가상은 바로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상과의 조우 없이는 하루의 물질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인데도, 가상의 경험은 여전히 어딘가 ‘불완전한’ 현실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정아사란은 매일의 디지털 생활 가운데 ‘가벼움’을 체감하면서 조금의 무게 추를 달고 싶어 한다.
지금 데이터 세계의 무게를 측정해본다면 어떤 값이 나오게 될까? 데이터는 이제 한없이 복제 되어 떠돌 수 있는 ‘가벼운’ 존재만은 아닌 것 같다. 물질화되지 않은 데이터가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지닐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상의 땅에서도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지고, 데이터로서의 미술 또한 NFT라는 툴을 통해 희소성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따라가다 보면 의문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데이터 자본의 세계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가능성의 땅일까, 거대 자본이 만들어 낸 거품일까?
새로운 양상으로 변해가는 데이터 세계의 현실과 신체의 감각 사이에는 엄연한 격차가 있다. 정아사란의 작업은 바로 그 격차의 감각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신의 모순적인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기를 택한다. 그리고 그 모순은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를 교란한다.
가상세계를 몸으로 체화하려는 과정에서, 작가는 지극히 가벼운 것도 흔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한다. 액체 같은 고체를, 비물질의 속성을 반영한 물질을 만들며 낯선 현실과 기꺼이 직면하는 신체가 되려는 것이다. 흐르는 바다의 표면에 부표를 세우는 것처럼, 완전히 고정될 수 없더라도 어떠한 자리를 지정하려는 행위처럼. 비록 그 무게가 다르다 해도, 돌의 형상을 한 스티로폼은 자연의 돌이 그러했듯이 자신만의 여정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얇고 가벼운 가상의 땅 위에서도 육체를 가진 마음은 무겁기에 질문은 끊어지지 않는다. 데이터 와 물질에 관한 작가의 태도는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로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 무엇과도 맞닿지 못하는 얇은 땅의 레이어들 사이에서, 가벼움도 무거움도 택하지 못한 그 불명확성이 바로 지금 여기의 속성을 나타낸다.
참여작가 : 정아사란
글 : 김명진
그래픽 디자인 : 남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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