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3
2021년 2월 25일 ~ 2021년 4월 3일
빛은 내게 '타자'이다. 그게 신적인 존재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사회 체제이든, 나라는 내면을 스치고 지나가는 타자적인 존재이다. 빛에 대한 관심은 독일 유학시절 초기 학교에 들어가려고 포트폴리오 준비하던 막막한 시절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독일의 햇빛은 한국에서보다 무척 강렬했다. 그 햇빛이 내가 머무르던 작은 방 안으로 창을 통해 들어와 서서히 이동했다. 처음에는 따듯한 느낌이지만 가끔은 정말 무서웠다. 강하고 선명한 빛이 내 작은 공간을 혀로 핥듯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느낌이랄까?
빛을 관찰하면서 변화하는 빛을 기록하고 구조화시키는 시도를 계속했다. 그리고 건축공간의 내부를 빛으로 채우거나 건축모형 안에서 이동하는 빛을 재현하기도 했다. 움직이는 빛과 그 빛을 구조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동의 잔상이 만드는 형태적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점이 이동하면서 생기는 시점의 층을 겹치는 드로잉 작업들이나 건축물들의 실루엣을 금속 재료의 선으로 조합한 레이어 작업을 진행했다.
고정되지 않은 빛의 이동과 물질적인 재료로 이루어진 건축구조가 보여주는 대조는 내가 몸의 감각을 통해 경험하는 외부-공간, 다른 사람들, 빛, 공기, 도시와 분위기-가 나에게 불러 일으키는 불안의 물리적 형태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이런 불안이 투명한 건축 모형 내부를 과도한 조명으로 채우고자 하는 욕구-불안정한 빛에 견고한 건축적 구조의 틀을 씌워 붙들어 놓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졌던 것 같다.
작품 속 건축공간의 안쪽이 사람의 심리 혹은 내면에 대한 하나의 은유라고 한다면, 공간의 바깥쪽은 나를 접하는 타인 혹은 사회나 권력, 신과 같이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와 타자사이에 위치한 불안정한 막은 건축공간의 구조와 빛, 색들로 분절되어가며 물리적인 구조와 빛, 색의 환영으로 이루어진 흔적을 남긴다. / 정정주
참여작가: 정정주
출처: 아트스페이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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