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예술공간
2024년 8월 10일 ~ 2024년 9월 8일
김무영의 《Servant School》은 제1회 아마도작가상 수상 개인전이며,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그간 작가가 주목한 대상은 불완전하고 특수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들이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예술적 감각을 대상에 투영하여 직관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 인물의 생소한 면을 드러내거나 몸을 통해 내면 혹은 이중성을 분열적으로 외재화하고, 외상(트라우마)을 승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했으며, 규준(규범)을 비틀고 재료의 물성을 이용•변경함으로써 어떤 상태를 드러내는 작업 등을 해왔다.
첫 개인전 《미간 위 집(House On Glabella)》(뮤지엄헤드, 2021)에서는 두 점의 영상과 사진 연작을 중심으로 협업자들의 작품, 전시 기간 중 전시와 동명의 퍼포먼스 진행 후 사용했던 소품을 재설치하는 방식의 전시를 진행했다. 이때의 영상 〈Socket : Lateral Exits, Chiaroscuro as a Predicament, Dollhouse〉(2021)와 〈Bed Confession〉(2021)은 내면적이고 심리적 분열을 신체라는 매체를 통해 두드러지게 드러내는데, 작가는 눈과 몸을 카메라 뷰파인더에 최대한 밀착하고, 거울이나 유리 등을 활용해 대상의 나타남과 숨김을 반복하는 방식을 통해 혼란과 혼성의 상태를 제시했다. 퍼포먼스 〈미간 위 집〉(2022)은 영상과 다른 퍼포먼스(연극)의 구성과 방법을 실험하고, 고대 그리스의 극장 환경을 고민하는 계기였다. 이 전시 이후 율리아 쇨린(Julia Sjölin)과의 2인전 《Lighter》(N/A, 2023)에 발표된 영상들은 자신의 영상 언어를 확장하는 실험이었다. 〈Hat Feeling〉(2023)은 자기 반영(반사)과 제의(놀이)를 자기 고백적 서사시 형태와 접목한 것이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At Home」(1887)을 모티프로 한 〈Lawyer〉(2022)는 공연자들의 몸짓과 오페라를 결합한 즉흥의 기록이다. 또한 가죽과 플라스틱 등 여러 재료를 이용한 〈PARADE, REST〉 연작을 다수 발표했다.
이번 전시의 전시명 ‘Servant School’은 스위스 소설가 로베르트 발저(Robert Walser)의 『벤야멘타 하인학교(Institute Benjamenta)』와 미국 영화(애니메이션)감독 퀘이 형제(Quay Brothers)의 동명의 영화가 모티프였다. 작가는 여기서 표현된 “극도의 수동성, 자발적 복종의 감각”이 자기 작업에 내재해 있던 “위반에 대한 욕망, 수동적인 몸의 이미지와 연관”되어 있음을 지각한다. 이 생각은 여러 층위와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아마도예술공간 건물 형태의 인상과도 연결되어 사진, 영상, 평면 작업과 공간 연출을 통해 충돌하면서도 이어지는 작품과 미적 경험을 제시한다. 각각의 작업 요소들은 분산과 결집의 과정을 거치면서 내적인 발전과 갱신을 거듭하며 나온 것들이다. 언어를 쇄신하는 영상들, 가죽의 물성에 대한 실험, 광학 기계에 대한 탐구 등에는 여전히 대상을 특별하게 마주하고, 그들로부터 연상되는 이미지를 묘하게 접목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 및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영상 작업은 작가의 기존 방법론을 적용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혼란스러운 촬영과 편집, 인물의 과장된 캐릭터성을 드러냈던 초기의 영상 언어는, 퍼포먼스(극)에서의 무대 환경이나 퍼포머의 즉흥적이지만 자연스러운 연기, 노래나 텍스트를 접목하는 등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 〈Lawyer〉(2022)였다. 체호프 소설의 특정 대사를 발췌하여 안무가와 오페라 가수, 그리고 두 참여자의 움직임과 행위, 공간 활용과 동선을 고려하여 진행한 작업이다. 발췌한 대사에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여한 오페라 가수가 영상의 흐름을 이끌고, 숟가락, 피아노, 사다리 등의 소품 이용과 퍼포머 간 조화와 불화는 원 소설의 내용으로부터 이미지적으로 파생된 것이다.
〈Captor’s Delight〉(2024)는 시칠리아 카타니아 방문 당시 카메라가 없어 맥북 포토 부스 웹캠으로 촬영한 것으로, 피촬영자에게 요구된 단순한 행동들의 관찰지이다. 침대에 누워 있고, 테라스에서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어떤 신체 행위를 노출하고, 바닷가 바위에서 바지를 반쯤 내린 채 누운 인물 모습은 촬영하는 자와 촬영 당하는 자의 입장이 충돌하고 교호하는 내밀한 기록물이다. 16mm 흑백 필름으로 촬영한 〈Bimanual〉(2024)은 고무손 착각 현상(Rubber-Hand Illusion)을 출발점 삼아 손에 대한 시각적 단상을 이미지화한다. 실내에 한데 모인 인물들이 벌이는 즉흥적 연기가 만들어낸 하모니는 논리적인 연관보다는 충돌에 의한 일종의 푸티지를 이룬다. 카메라로 촬영하는 손, 손가락장갑을 낀 자연/인공 손가락들, 길게 늘어진 옷소매, 허공에 주먹질하는 손들, 종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 털을 배배 꼬는 손, 한 손이 글씨는 쓸 때 다른 손이 꾸물대는 모습, 서로를 만지작거리는 손 등은 퍼포머들의 행위들과 상호작용하며 나열된다. 영상 전체를 아우르는 체르니의 피아노곡 〈School of Velocity〉는 피아노학원에서 양손을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문맥에서, 음악 또한 손을 쓰는 하나의 등장인물로 상정해 신경질적이고 뻔뻔한 혹은 공격적인 의도를 포함한다.
조각 작업처럼 보이지만, 작가에게는 ‘Wall Works’라는 의미를 지니기에 평면으로 통칭하는 일련의 작업은 영상을 주로 하던 작가에게 또 다른 형식(표현법) 모색의 결과물이다. 다양한 동물의 가죽을 수집해 구조에 부착하거나 나무, 플라스틱, 종이 등 재료 실험을 이루는 것들이 그런 작업의 일환이다. 가령 〈PARADE, REST〉 연작은 ‘열중, 쉬어’라는 제식 훈련의 구령이자 자세를 예술적으로 번역한 것이다. 작가는 ‘PARADE’로부터 눈에 훤히 드러나는 가시적 이미지를, ‘REST’를 정적인 이미지라 해석하여, 아름다운 발음과 시적 리듬감이 작품 자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통해 나타나도록 한다. 이번에 한 점 제작한 〈PARADE, REST〉(2024)는 나무, 플라스틱, 검은색 가오리 가죽 등 다른 물성을 가진 재료가 하나의 통일물로 보이도록 의도한 것이다. 두 점의 〈Lucre〉(2024)는 뒤샹의 〈The Lure of the Copy〉를 직접 차용한다. ‘포트폴리오’로 기능하던 원작품의 의도를 사상하고, 요철과 경첩, 레이 아웃만 뼈대 삼아 천과 가죽을 붙여 원작의 기능을 빌어온 작품이다.
광학을 이용하고 이를 아날로그적으로 개량하는 일도 작가의 관심사 중 하나다. 이는 영상이나 사진 작업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오브제 작업으로 역할한다. 〈Vomitoria(passageways)〉는 고대 로마 건축물의 아치형 출입구를 뜻하는 단어를 기원으로 하며, 가죽 특유의 재질, 무늬와 유리 문진의 투명성이 서로를 비춤으로써 독특한 물성을 드러낸다. 〈Marquee(X)〉(2024)는 시네마 마키를 본뜨는 작업 이후 나온 사진이다. 작가는 극장 외벽에 자리해 간판의 역할을 하는 마키의 위치와 조형성에 관심을 두게 되고, 실내에 그 모습과 같은 것이 있다면 창문이라는 생각을 오래 두고 한다. 실내로 옮겨진 마키는 포르노그래피의 한 장면과 나란히 놓여 사적인 기호로 작동한다. 목재로 제작된 마키 형태에 검정 장어 가죽을 붙인 〈Tiring House(offstage)〉(2024)는 마키의 본모습을 가림으로써 무대 뒤 분장실이라는 이미지로 위상을 변화시킨다. 한편, 이 전시는 기간 중 전시의 설치를 바꾸는 〈Sex in Hotels〉라는 작업 또한 포함되어 있다.
생소한 대상에 대한 관심과 이를 조형화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겹치고 변형되는 것”을 수용한다. 즉 그는 “내부의 참여자이자 외부의 관음증자”와 “능동적인 창조자와 수동적인 수용자”의 역할을 자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대상에 대한 가학성과 피학성, 분노와 죄책감, 욕망과 위반을 조형법으로 다듬어가는 과정이자 이러한 이중성의 화해를 모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전시를 포함한 작가의 두 번의 개인전은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일 것이며, 그 관심이 지속되고, 그의 미감이 좀 더 단단해진다면, 그때 김무영의 작가론은 좀 더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참여 작가: 김무영
포스터 디자인: 헤수스 모랄레스(Jesus Morales)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메세나협회
* 전시 기간 중 설치를 바꾸는 〈Sex in Hotels〉 실행 예정
출처: 아마도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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