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예술공간
2016년 5월 23일 ~ 2016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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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시대정신’(Zeitgeist)은 무엇일까. 시대정신이란 특정 시대를 풍미한 감정 상태와 사고 경향, 정신자세나 태도를 일컫는다. 이 정신의 형성이 주변 환경과 물질문화, 인터페이스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기획자는 시대정신이 우리시대에 어떻게 현상적으로 구현되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단 하나의 시대정신이 시대를 관통한다기보다 면면을 바꾸며 여러 ‘시대정신들’이 다발적으로 겹쳐져 세계를 구성한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다면적으로 변해가는 오늘날의 시대를 살펴보고, 미래를 조명하려 한다.
<시대정신: 非-사이키델릭; 블루>는 ‘시대정신’ 시리즈의 첫 전시로서 ‘인터넷 이후의 예술’(art after the internet)과 1980•90년대 출생자들의 세대론을 함께 다룬다. 최초로 OS를 탑재한 486 컴퓨터와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 소개된 1989년 이후, 예술은 세상의 흐름에 발맞춰 이 혁신적인 기술을 자연스레 스스로에게 적용해왔고, 십 수 년이 지난 지금 구상에서 제작과 공표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네트워크 기술을 따라 함께 변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예술이 포토샵 이미지나 디지털 프린트, 편집 툴,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고, 스마트 폰과 노트북은 가장 중요한 제작의 도구이자 하나의 스튜디오로서, 소셜미디어는 이미지와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한다.
특히, 2000년 초반부터 예술계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작업들이 등장했고,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웹상에서만 작업을 선보이고 유투브(Youtube)에서 퍼포먼스를 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텍스트를 생산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최근 해외에서 인터넷 이후의 예술 혹은 ‘포스트인터넷 아트’(postinternet art)라는 이름으로 정리되고 있는 이 새로운 예술의 흐름은 넷아트(net.art)와는 다르게 인터넷을 매개나 도구(tool)로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구조를 변경하는 힘으로 파악한다. 인터넷은 더 이상 디지털 공간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물리적 공간으로 나와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에서 적극적으로 사회구조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인터넷 이후의 예술은 인터넷상에서 생산되는 예술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영향을 반영한 예술을 모두를 포괄한다.
이 흐름은 보다 최근의 예술에서, 젊은 세대의 예술에서 두드러지는데, 한국미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초등학교 시절 PC(Personal Computer)의 보급화를 경험하여 컴퓨터와 인터넷 문화가 체화된 세대인 1980•90년대 출생 작가들에 주목한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서 486 컴퓨터가 보급되고, 1992년 하이텔과 같은 PC통신 서비스가 시작됨에 따라 당시 유아•초등학생이었던 이들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이르러 인터넷에 기반 한 게임을 하거나 포털사이트에서 과제의 내용을 검색하며 컴퓨터, 인터넷과 함께 자라났다. 게임중독에 거북목이라는 유행을 겪은 이 세대는, 성인이 되던 시기 스마트 폰이 인터넷과 연동되고 상용화되면서 현실과 가상이 분리 불가능한 온라인 환경에서 살아간다. 미디어의 노출도가 높아진 현실에서 그들은 스마트 폰에 고사양의 카메라를 하나씩 장착하고 현실과 가상이 구분없이 담기는 액정화면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제 그 모든 기반을 가지고 사회 전반에 나서고 있으며, 또한 미술계에도 섰다.
이들은 특유의 시대정신을 반영한다/만들어낸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드라마 등을 작업의 매체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컴퓨터, 스마트 폰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조작한다. 세상은 매체화•프레이밍화 되고 디지털이미지는 현실이 되며, 이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뒤죽박죽되어 현실과 가상, 주체와 객체가 혼동된다.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인스타그램(Instagram), 텀블러(Tumblr)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쓰이는 용어나 기호, 이미지는 쉽게 현실의 세상으로 들어오고, 현실의 이미지는 가공되어 다시 현실인 체한다. 하여 마치 양자역학을 따르기라도 하는 듯, 이미지를 포착하면(혹은 포착했다고 생각하면) 그 이미지가 비어 사라져버리기 일쑤다. 그들에게 이미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누적된 다중적 궤적에 불과하다. 데이터와 사운드의 삶도 마찬가지다. 한번 생산되고 나면 데이터•사운드•이미지는 물질성을 넘어 순환하며 변하고 서로에 의한 차용과 병렬이 끊임없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내러티브는 붕괴된다. 형식과 내용 양면 모두에서 합리성•연속성•인과성은 더 이상 담보되지 못하고, 오히려 형식과 내용, 이미지와 텍스트라는 이분법적 경계가 공격당한다. 이미지•데이터•사운드는 기표와 기의가 흐트러진 채 다양한 레이어의 형태로 하나의 장(場)에 함께 병치될 뿐이다.
고해상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높아져 내러티브를 잃어버린 이미지•데이터•사운드는 ‘쓸데없이 고퀄(고퀄리티)’로 생산되지만, 한없이 더 높은 고해상도를 바라는 세상에서 그것들은 언제나 관객들의 기대치를 배반한다. 오히려 용량을 덜어 쉽게 공유 가능한 조악한 저해상의 이미지, 데이터, 사운드가 그 빈자리를 고의적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이미지와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이 된 다양한 소셜미디어는, 한 발 더 나아가 그 자체가 작업을 구현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물리적 제약을 넘어 관객들의 지각을 확장시키는 실험적 작업들이 네트워크에 기반 해 가능하게 되고 온라인상에서 유•무료로 작업이 배포되기도 한다. 이 역 상에서 웹에서 정보를 리서치•조합하고 아카이브하는 방식은 물리적 현실의 작업 구조에 반영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징후들을 보이는 1980•90년대 출생 작가들의 작업들을 모은다. 각 작업들은 위에서 언급한 성향들을 부분적으로 모두 취하고 있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강정석과 안성석은 게임 형식을 전유하여 쌍방향 소통과 체험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밈미우, 루양, 이희향은 영상,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형성해내고 정체성과 내러티브를 고의적으로 해체함으로써 현실도, 가상도 아닌 경계에 관객을 위치시킨다. 김정태+팀 프로그래시브, 백경호, 최진석은 각각 회화와 조각이라는 매체에 천착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2차원(2D)과 3차원(3D) 사이에서 일어나는 충돌 지점에 대해 탐구한다. 전시장의 한 편에는 인터넷 용어로 움짤(움직이는 잘림 방지 이미지)이라 불리는 GIF파일과 미국•영국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부분 등을 편집한 동시대 웹 영상과 이미지들을 병렬적으로 배치시킴으로써 동시대 작업들과의 영향관계와 인터넷 이후 변화하고 있는 세계상을 자연스레 드러낼 예정이다. 인터넷 이후 시대에는 소셜미디어의 개인페이지가 새로운 아카이브 역할을 수행하곤 하는데, 이 공간은 그에 대한 물리적 재현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위치한 탓에 작업들은 1960년대 일어난 반문화운동과 함께 런던에서 태동하여 젊은이들의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 잡았던 ‘사이키델릭 아트’와 일정 부분 맥을 같이한다. 예술에 국한되어 나타났던 현상이 아니라 사회전반의 문화로 작동했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신의 명료한 상태’라는 의미를 지닌 ‘사이키델리아’라는 말에서 연유한 사이키델릭 아트는 LSD 등의 환각제를 복용한 뒤에 생기는 것과 같은 도취 상태를 재현한 음악・미술 등의 예술을 통칭한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는, 그만큼 도취되지 않았거나 그러지 못했다. 항상 모니터 뒤의 타인을 기대하며, 여기서 비롯된 자기 객관화를 통해 오히려 도취되지 못한 블루(blue)한 감성을 자아낸다. 최근 인터넷 용어로 등장한 ‘병신같지만 멋있어’라는 말에서 유래한 ‘병맛’이라는 단어는 자기 타자화에서 비롯된 이 감성을 잘 표현한다. 사실 언제 한 번 제대로 미쳐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우울할 수 있는, 그러나 정신은 오히려 더 명료해지는 상태를 지칭한다. 이러한 감각의 공유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웹을 공유하는 전 세계에서 이뤄진다. 컴퓨터와 컴퓨터, 웹과 웹, 플랫폼과 플랫폼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미지•데이터•사운드는 국경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우리는 80•90년대 출생의 작가들의 시대정신을 정의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규정보다 오히려 부정(negation)으로서만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시는 ‘非-사이키델릭’하지만, ‘블루’한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누군가 사이키델릭을 기대하고 온다면, 그 개념이 떠나간 궤적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 문선아 독립 큐레이터

밈미우, CATALOGUED: MEMEC, 3 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2016

백경호, Untitled, 캔버스에 유화, 아크릴릭, 스프레이, 총 161×192.2cm (각 60cm 원, 50×72.7cm, 140×120cm), 2016

최진석, Kakarot, 조소용 흙, 스테인레스, 벽돌, 각목, 미스팅 시스템, 귤껍질, 가변크기, 2015

김정태 Jeongtae Gim (b.1987)+팀 프로그래시브 Team Progressive
덽NG
6rmA7KCV7YOcK+2MgO2UhOuhnA
Minor Image: As silent image, plus some sound
U_B37D
夢の(=ↀωↀ=)제단DIGIT∀Lプリズム☆(`•ω•´๑)스톤
kiki kaikai
혼합매체, (h)327×395×230cm, 2016

루양, LuYang Delusional Mandala 비디오 스틸, 싱글 채널 비디오, 16분 26초, 2015
전시기획 (제3회 아마도 전시기획상 수상자): 문선아
주최/ 주관: 아마도예술공간
오프닝: 2016년 5월 23일(월) 저녁 6시 (아마도예술공간 1층 Bar)
작가와의 대화 : 6/18 오후2시(2PM)
홈페이지
http://www.zeitgeists.co.kr/
출처 - 아마도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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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1:00 - 18:00
휴관: 월요일, 6월 3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