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예술공간
2022년 11월 19일 ~ 2022년 12월 20일
제9회 아마도사진상 수상 작가 김동준은 개인전 《방해하는 추출, 밀어두는 소화》를 통해 두 연작 <콘크리트가 녹는다면>, <고요의 사건 결합 스토리지>를 전시한다. 전자는 몇몇 지역에서 발견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대상으로 하고, 후자는 어떤 장소에서 발견한 작은 물체를 다각도로 근접 촬영한 것이다. 작가는 이 작업들을 단일 프레임의 사진으로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상한 여러 장치를 통해 전시한다. 이는 사진 표면에 자리한 대상의 견고함을 약화하거나 재강조하기 위한 것이자 사진적 보기의 또 다른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콘크리트가 녹는다면>은 보광동, 해방촌, 을지로 등 작가의 거주와 생활 반경에서 발견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기반으로 한 작업이다. 작가는 콘크리트 덩어리라고 하는 기능적, 형태적 유사성을 따라 대상의 우직한 정면을 볼 수 있도록 촬영하였다. 건물이나 담벼락, 지붕에 덧대어진 혹은 떨어져 나온 콘크리트 덩어리들은 그것이 위치한 장소의 모습을 닮았지만, 특별한 형태와 질감은 모호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들의 독특한 형이나 기운이 작가에게 사진을 찍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켰으나 작가는 대상 자체에 대한 명확한 의미 부여는 유보한다.
그 대신에 콘크리트 덩어리 표면 이미지가 주는 완고한 혹은 견고한 지시성을 문제 삼아 특정한 장치와 함께 사진들을 제시함으로써 대상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다르게 해소하고자 한다. 이에 “두드려서 뽑아 올리기(키보드를 두드리고, 감열지를 뽑는, 세탁기가 돌아가는 사운드), 흐트러뜨리기(콘크리트 덩어리 사진에 유기적이고 생동하는 자연 영상이 표면에 영사), 단조롭고 날가롭게(단색광을 비춤), 굴곡과 굴절(불투명하고 울퉁불퉁한 유리와 반짝이는 빛)” 장치들을 만들어 사진이 보여지는 방식에 변형을 가한다. 따라서 이런 장치들은 콘크리트 덩어리라는 사진 대상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작가는 콘크리트 덩어리의 시각적 의미와 다른 이미지와 서사와 연결된 생각이나 단상을 기록함으로써 대상의 의미에 다가가고 동시에 원본 이미지의 지시성을 지우고자 했던 복합적인 마음을 드러낸다.
<고요의 사건 결합 스토리지>는 바닥에서 발견한 작은 물체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원래의 기능을 잃고 떨어져나와 굴러다니거나 밟히면서 흠집(균열)이 난 아주 작은 물체들, 가령 나사나 부품 같은 것들을 사진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 작업은 작가가 이전에 대상을 촬영하던 태도와 달리 스튜디오식 촬영을 위한 조명이나 환경을 만들고 물체들을 반복적으로 면밀하게 관찰하여 여러 방향에서 근접 촬영한 것이다. 이렇게 작은 물체를 찍고자 했던 동기는 카메라를 통해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예측되지 않는 물체의 흔적을 다르게 꺼내 보일 수 있다고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결국 수차례 촬영한 결과물은 물체들이 지녔던 균열과 자국, 색이나 질감, 굴곡 등이 도드라지게 확대되어 대상이 가진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도록 부분화되고 추상화된 모습을 띠게 된다.
그 물체에 남겨진 흔적이나 크기, 형태, 성질에 따라 19장, 8장, 6장(2개)의 사진을 부분으로 하는 하나의 세트가 완성된다. 이 작업은 부분 사진들이 일종의 구조물 안에 안착된 형태로 보인다. 작가는 이 사진들을 위해 나무와 철로 몸체를 만들어주고, 밀고 당기는 트레이를 부착해 사진들의 거처인 스토리지(저장고, 보관소)를 마련한다. 부분이 연결되어 하나의 구조를 이룬 스토리지 몸체는 그 물체의 균열을 찍은 사진 위치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구조물은 집과 같이 사진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트레이를 밀어둔 상태에서는 조명이 켜지고 당기면 조명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사진들을 위한 전시장과 같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업 이전에도 작가는 사진의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를 드러내기보다 그것들이 놓일 방식을 고민한 작업 <(조금 더) 편한 자세>(2021-), <편한 자세>(2020), <어디 두어 충분한 모습으로>(2018-2019)를 제작했다. 작가의 모습이나 주변 사람들, 사물들, 여행지에서 본 것 등 주로 생활 환경에서 찍은 사진들에 서랍장이나 의자, 상자와 같은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어주어 그 사진이 고이 놓일 자리를 살폈다. 이러한 제작 방식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사진적 대상에 대한 좀 더 의식적 인식은 <콘크리트가 녹는다면> 연작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이 발견하고 찍은 특수한 사진적 대상들에 애정을 두지만 그 사진들에 대해 “마감이 덜 된, 온전히 못 한 어떤 것”이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대상에 대한 반응은 충분했을까, 사진을 찍는 행위가 너무 가벼운 것을 아닐까, 대상이 지닌 특수성을 담고자 했지만 그것이 충분한 특수성을 지닐까 특수한 대상과 빈약한 사진 이미지 사이에 텅 빈 공간이 있다면 그것을 메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결국 특수한 장치를 만들어 사진들의 특수성을 확보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했다. 이런 의미에서 작가의 작업은 사진 대상에 대한 명확한 의미 규정이 아닌 자신이 관심을 두고 찍었던 대상들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참여작가: 김동준
그래픽 디자인: 일상의실천
후원: 서울문화재단
* 본 전시는 서울문화재단 「2023년 서울메세나 지원사업」 지원금으로 추진됩니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1:00 - 18:00
수요일 11:00 - 18:00
목요일 11:00 - 18:00
금요일 11:00 - 18: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11:00 - 18:00
휴관: 월요일, 6월 3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