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3월 1일 ~ 2016년 3월 13일
신들의 정원에서 만난 ‘사람’들을 위한 기도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산맥 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 ‘네팔’. 이 네팔을 떠올리면 만년설이 덥힌 장엄한 설산과 끝없이 굽이굽이 이어진 산맥, 눈부신 계곡이 그려진다. ‘신들의 정원’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 경관은, 그 곳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에게조차 선명하게 각인되어있다. 네팔의 이런 인상은 아마 수많은 사진들에서 연유되었을 것이다.
시인이자 사진가인 조병준이 20대 청년 시절에 카메라를 메고 네팔에 처음 간 것도, 바로 이 히말라야의 땅 즉 ‘신들의 정원’을 보기 위해서였다. 한번 본 그 땅은 그의 발길을 자꾸만 다시 이끌었고, 1990년부터 거의 5년 주기로 인간세상의 삶이 지치고 힘겨울 때마다 ‘신들의 정원’으로 찾아들었다. 집에 돌아와 보면 필름 속에 히말라야가 가득했지만, 직접 바라볼 때 느꼈던 장엄함을 담아올 수는 없었다. 그것이 늘 다시 그를 히말라야로 향하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때로 괜찮은 선물이다. 체력이 달리니 죽어라 걸음을 재촉할 수 없게 된다. 속도가 줄면서 사람들이 눈에, 그리고 뷰파인더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함께 산길을 걷는 트레커들이, 무거운 짐을 등에 싣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포터들이, 마을과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이. 산 속의 마을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랬다. 네팔의 장엄한 자연 속에는 ‘사람의 마을’이 있다. 아직도 손으로 농사를 짓고, 난방도 되지 않는 허술한 흙집 방 한 칸에서 온 식구가 함께 사는, 식구들의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그는 이 사람들을 사진의 중심에 놓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산을 오르는 발걸음이 더 느리고 무거워졌고, 그 걸음만큼 네팔을 바라보는 앵글도 더 깊고 넓어진 것이다. 여전히 웅장한 산과 계곡에 압도되어 셔터를 누르면서도, 그 안에 사람들을 담을 때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그다.
네팔 대지진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조병준은 사진을 통해 네팔의 사람들을 기억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바나나와 오렌지, 차를 끝없이 건넸던 순박한 사람들과 그들의 마을을 떠올린다. 그리고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시인 사진가 조병준의 세 번째 개인전 <신들의 정원, 사람의 마을>은 네팔 사람들을 위해 바치는 기도인 셈이다.
“사진처럼 강력하게 기억을 환기하는 매체가 또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언제나 그러했듯이 우리의 힘이다. 불행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무기다.”
네팔 대지진 참사 1주기 후원전인 이번 전시는 3월 1일부터 13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린다.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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