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아트스페이스
2015년 6월 26일 ~ 2015년 8월 1일
조전환 개인전 : 집과 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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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환 작가는 본래 한옥 짓는 목수다.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뽑은 조선의 13대 목수 중 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칭 ‘동네목수’다. ‘동네목수’는 동네 허드렛일을 하며 요곳조곳 참견하는 목수라는 뜻과 동시에 한옥과 한옥을 끊임없이 이웃하게 하여 궁극적으로 뜻이 합쳐진 마을을 만드는 목수라는 뜻이다. 목수는 겸손한 듯하지만, 내심 꿈이 야무지며 원대하다.
‘동네목수’는 힘이 세다. 목수는 지난 십 년 동안 “한옥”을 사건화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그는 목수의 작업과 다원적인 예술동네의 합을 맞춰왔다. 그는 6개월 전에 예약해야 간신히 구경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한옥호텔 ‘라궁’을 시공했고, 내부가 텅 비어 있던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공간을 스위스 치즈처럼 벌레구멍이 있는 공간으로 설계 디자인했다. 또한 서현석 작가와 함께 페스티벌 봄의 다원작품 "I+I+I+I+ㅁ"에 한옥의 나무구조를 직접 짜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국립극단 연극 "3월의 눈"의 무대미술로서 “진짜 한옥”을 집어넣기까지 했다.
이 ‘동네목수’가 이제 미술작가로서 압구정동 한복판에 있는 갤러리에서 "집과 집 사이"라는 두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동네목수’의 미시적인 차원과 거시적인 차원이 시각예술의 장에서 어떻게 그 주름진 내력을 펼칠까.
"집과 집 사이"는 목수의 존재론이다. 목수는 무릇 집과 집 사이에 산다는 것이다. 이때 집이란 살림집이다. 살림이란 사람 사는 내력인데, 살림집은 그 사람 사는 내력을 다시 살게 하는 일종의 살림살이의 집이다. 삶의 살이가 가능하게 하는 거처이자 본부이자 아지트, 나아가 “영원한 내편”인 공간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처럼 지난 30여 년 한국의 압축근대화와 동행하면서 앉아서 치부하는 수단이었던 공간도 현재는 ‘방법적 회의’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한 집의 연대기적 흐름 속에서 한옥은 낯익으면서도 낯선 양가적인 공간으로서 새로운 인식론적 균열을 내고 있다. 왜? 우리의 삶의 살이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집을 지으려고 하세요?” 이 ‘동네목수’는 한옥을 짓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에게 짐짓 퉁명스럽게 한 마디 한다.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것은 집과 집 사이에 있는 목수에게 한 껀 하는 것이지만, 사실 집은 그 사람의 일생 살아온 삶의 스토리텔링과 나무집을 홧김에 불태우지 않을 만큼 주위의 인덕과 평판 그리고 후대의 평가까지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가 개입하는 심판대이다. 즉 위의 퉁명스런 질문은 “당신은 어떻게 삶을 살아왔는가?”라는 것이다. 이것이 "집과 집 사이"라는 전시에 주어진 ‘사이’ 혹은 ‘사잇공간’이 품고 있는 심연의 성격이다.
조전환 목수는 이 심연을 통해 코너아트스페이스라는 압구정동에 있는 대안공간의 얼굴에 “흰 벽체에 검은 구멍”(들뢰즈) 같은 식으로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얼굴성을 장치하고자 한다. 목수는 상품미학과 심미화된 신체들로 들끓으며 물신[fetish]의 온상 취급하는 영역에서 차라리 물신으로서의 한옥과 물신으로서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결연할 수 있는지 정공법의 실험을 하고자 한다. 문화학자 하르트무트 뵈메에 따르면, “인공적으로 생산된 사물들의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자본주의 물신의 인식 변화를 통해 사물과 공간에 대한 지각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물신은 자본주의를 거대하게 돌리는 힘인 동시에 우리의 삶의 살이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그것은 물신의 부정성을 갑자기 능동적인 행위자[actant]로 바꾸는 변화이다.
목수는 ‘집과 집 사이’라는 일종의 장치를 통해 한옥이라는 물신화된 문화를 회의할 뿐만 아니라 그 재문화화되는 물신의 힘을 사용하려고 한다. 그것이 ‘사이’라는 빈 공간에서 펼쳐지게 된다. 이것은 시간으로 봤을 때, 한옥 목수가 집인지 집 아닌지 불분명한 순간에는 주도권을 잡다가 상량식 이후 주인이 “아, 이것은 집이다”라고 시지각적 인지를 하는 순간, 그 주도권이 넘어가는 과정이 깃들어 있다. 전시공간 내부에 그는 한옥인지 한옥 아닌지 미결정 상태의 집을 설치하고, 그 집을 응시하는 이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다.
“왜 집을 지으려고 하세요?”
전시공간에 지어진 집은 “두 개의 상응하는 부드러운 지붕선”(천문학자 로웰)이 마주하는 박공의 지붕을 갖게 된다. 박공이란 한옥에서 옆면, 즉 시각적 프로파일에 해당하는데,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나무의 뿌리쪽은 하늘 방향으로, 줄기쪽은 땅 방향으로 배치한다는 것이다. "주역"의 괘로 치면, 지천태(地天泰)괘이다. 즉 “하늘에 땅이 있고, 땅에 하늘이 있다”라는 절묘한 우주론적 궁합이다.
마을과 마을 사이, 현대집과 옛날집 사이, 여전히 마음과 마음 사이에 목수가 살고 목수가 인지된다. 그 ‘사이’는 박공 지붕 아래 난 문[門]이라는 리미널liminal 공간이기도 하다. 사유되는 것들, 아무것도 드러난 바 없으나 이미 모든 것이 있는 것들을 위한 조화공간이다. 리미널 공간이란 1) 분리 2) 경계 3) 재구성이라는 전혀 다른 작동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영역이다. 여기에서 한옥과 한옥이 이웃하면서 만든 마을의, 마을사람들의 마음이 합쳐져서 하나의 코뮤니타스communitas 즉 감흥의 공동체를 출현시키게 된다. 지천태괘의 사회이다. 높은 것은 낮추고, 낮은 것은 높여라. 미술이 원하는 “일시적이며 관계적인 공동체”(부리요)과 비교해보라.
이를 위해 목수는 안동에서 퇴계 5세손의 집을 300년 만에 출사시키고 이제 서울나들이를 시킨다. 300년 동안 잘 썩은 나무는 다시 생명의 온기로써 도시와 만난다. 타고난 기질에도 진리가 있음을 설파했던 퇴계의 마음 중심의 유학도 같이 따라온다. 이 5세손의 집 '원대고택'은 청량산 자연에서 나온 퇴계가 도산서당에서 정점을 찍고 그 후손들에 의해 다시 청량산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세워졌다. 마음이 자연과 인간을 아울러서 건축으로 정신화시킨 집이다. 그러므로 그 오래된 나무들은 퇴계의 기질과 삶이 여전히 배어 있다. 목수는 물질의 시간에서 나무 이상을 읽는다.
전시공간의 드로잉은 20점에 달하는데, 대부분이 머릿속에 상이 맺혀지는 것과 드러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사유했던 이 땅 유학자들의 한옥을 그린 작품들이다. 여말선초 살림집의 기원으로 남아있는 맹사성 고택, 성리학의 역사에서 단연 독창적인 봉우리를 점한 퇴계의 도산서당, 지리산 천왕봉과 자신의 기개를 일치시키려고 했던 남명의 산천재, 노론 300년 천하를 열어간 우암의 암서재 등등. 한옥의 스펙트럼으로 이 땅의 정신의 뼈가 건드려진다.
그 외 서구문화가 들어왔을 때, 문화혼합을 보여주는 과도기의 집들로서 광주 최 부잣집, 강화도 성공회 성당 등의 그림이 함께 배치된다. 이는 시대변화에 경직된 것이 아니라 꿈틀거리는 애벌레 주체로서 한옥이 어떤 유체 운동을 해왔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
목수는 이렇게 그림을 그린다. 목수는 주인에게 집을 설명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은 모래 위에 무엇인가를 그리고 지워버렸던 선지자처럼 쓸모가 없다. 이번 전시에 그런 그림들도 들어온다. 목수의 존재론은 우물에 비쳐봐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그림들이 필요하고, 또한 우물 자체도 필요하다. 우물 정[井]이라는 모듈은 화강암으로 1.5mx2m 규모로 조성된다. 우물 정은 한옥에서 ‘칸’이라고 불릴 수 있다. 이 ‘칸’이 99까지 증식된다. 우물 정은 생명의 기원으로서 물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채널이기도 하다. 수평축으로는 ‘문 없는 문’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리미널 공간을, 수직축으로는 해수계와 지상계의 매듭을 개방한다.
목수는 평범하지 않다. 그는 횡단해왔고 종단해왔다. 한옥의 본질을 해체하기 위해 유라시아를 가로질러서 만주의 집과 헝가리의 집을 비교해왔고, 아시아 남방의 집들이 지어진 배의 테크놀로지를 아시아 북방의 수레의 테크놀로지와 대조해왔다. 그의 집에 대한 오랜 문화연구가 이제 "집과 집 사이"에서 응축된 방식으로 전시된다. ‘사이’에서 개안하자. 글. 김남수 (안무비평)

조전환, 식영정, 종이에 먹으로 드로잉, 2015

조전환, 은평 살림집 계획, 종이에 먹으로 드로잉, 2015
출처 - 코너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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