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나우
2015년 7월 15일 ~ 2015년 7월 21일
조정숙 개인전 : 아버지의 시간 The Time of Far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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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건강하시리라 믿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2014년 2월의 일이었다. 사진을 한다는 딸로서 사진 한 장을 제대로 찍어드리지 못한 후회가 밀려왔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과 어쩌면 영영 떠나가실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사진 찍게 했다.
다행히 아버지는 마치 내게 사진을 찍을 기회를 주시려는 듯이 기적처럼 깨어 나셨지만 더는 일어서실 수가 없었다. 그 날 이후 한 달에 한두 번 목욕을 시켜드리러 가는 날에 아버지를 사진에 담고 있다. 아버지는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며 삶에 강한 의지를 보이셨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았음을 나는 알았다. 쓰러지신 그날처럼 또 한 번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아버지의 모든 흔적을 차근차근 담아냈다.
아버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슬픔은 췌장암으로 5년 전에 돌아가신 오빠의 죽음이었다. 하루는 홀로 집을 지키시던 아버지가 술 한잔 하시고는 내게 전화를 하셨다. 한참을 말이 없어서 장난 전화인 줄 알고 끊으려던 순간 수화기에서 들려오던 흐느낌. 가장으로써 아내에게도 보이지 못했던, 남편을 잃은 며느리와 아버지를 잃은 손주들 앞에도 차마 내보일 수 없었던 아버지의 흐느낌, 그날 나는 난생처음 가슴 먹먹해 오는 아버지의 숨죽인 오열을 눈물을 삼키며 들어야 했다.
1년을 누워 지내시면서 아버지의 몸은 점차 굳어져서 혼자서는 다리 한쪽을 드는 것조차 힘들어졌고, 이제는 덜 굳은 오른팔을 흔드는 것과 발가락을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아버지가 움직일 수 있는 전부다. 아버지의 몸은 서서히 화석처럼 굳어만 간다. 치매 또한 점점 심해져서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살 때가 많아졌다.
이렇듯 지금은 치매라는 병증 때문에 아버지의 모든 것들이 그 모습 이면에 다 감춰져 있지만, 아버지의 몸을 통해서 아버지의 시간을 나는 바라본다. 아버지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잡아두고 싶다. 아버지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준비 없이 다가온 죽음이란 그늘에 영원할 수 없는 우리 인생이란 얼마나 짧은 것인지. 죽음 이후 소멸할 육신을 흔쾌히 내어준 아버지의 사랑에 나는 다시 한 번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버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를 낮은 소리로 셔터에 실어 눈물의 무게로 누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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