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22년 7월 27일 ~ 2022년 8월 2일
나와 마주하는 시간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자기혐오는 자신에 대한 혐오로 자기 초월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된다. 이상적인 ‘나’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상과 다른 현실의 ‘나’가 내부의 타자가 되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혐오는 열등한 자신을 내부의 타자로 보고 배척한다. 이러한 강박적 자기 성취에 대한 태도는 결국 무기력함에 빠져 불안으로 작동한다. 실존주의 심리학자인 빅터 프랑클은 많은 사람들이 공허한 느낌 속에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상실하는 실존적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현대인이 삶의 목적을 잃고 혼란과 불안 속에서 헤매게 되는 것은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채워지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저마다 다양한 불안을 경험하면서 여전히 존재와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이다. 나아가 자기 자신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불안, 가능성의 무지에서 오는 불안이 질적 비약을 일으켜 타락을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불안은 자본주의 사회구조로부터의 불가피한 현상이면서도 자아의 자발성을 되찾도록 하는 생산적인 힘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불안이라는 것은 삶의 필연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으며 인간 실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인간 존재론적인 본성임을 나타낸다.
조정은 작가는 혼란한 세상 속 자기혐오에 빠져 무기력하고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존재를 인정하고 현실을 살아가고자 작업을 통해 삶을 스스로 되새기고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작가는 주로 한국화와 회화성이 강한 캐릭터 일러스트 사이의 경계선을 탐구하고 대중의 공감을 기반을 개인의 내면 세계관을 풀어나가는데 초점을 두는 작업을 수행한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고양이와 토끼의 형상을 나타내는 ‘캣빗’이라는 캐릭터와 마블(Marble)로 표현한 배경이다. 작가는 ‘캣빗’에 삶의 기쁨과 비극을 담아 불안과 혼동 속 나아가고자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중심적인 역할을 부여한다. 배경의 마블은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마블의 우연한 효과에 빗대어 나타내고자 하였다. 특히 마블은 물감을 섞지 않은 채 유동적인 붓의 움직임으로부터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환영주의의 효과와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작가는 대부분의 작품에 호분을 사용하는데 호분은 백색의 대표적인 한국화 안료로 다른 색채에 비해 입자가 굵어 색이 잘 섞이지 않고 가라앉는 특성이 있다. 작가는 이러한 호분의 특성을 이용하여 장지 위에 곱게 간 호분을 올려 초연함과 무한한 신비감을 동시에 표현하였다. 세필의 세밀한 터치는 집적된 밀도감 높은 작업을 보여준다. 세필 붓 자국 하나하나가 집합 상태를 이루어 형상의 표면에서 촉각을 드러내며 내용적인 측면과 제작 과정의 시간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작가의 창작활동은 나로부터 불안을 몰아내고 자아를 낳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때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며 스스로 직면한 무력감에 대해 저항하고 삶에 대해 갈구한다. 이러한 삶의 서사가 담긴 여러 시리즈의 작품 속 ‘캣빗’은 캐릭터로서 여러 상황과 설정에 맞춰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울러 현시대의 감정선을 도출해 작가 본인의 자화상 또는 그 누군가의 자화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본 전시를 통해 본인이 어딘가에 내려놓은 혹은 숨겨둔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기를 기대한다.
참여작가: 조정은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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