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22
2019년 2월 15일 ~ 2019년 3월 5일
(c) 조지현, 뒷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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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있는 동네 / 그대로 고스란히 / 사라져 버린 동네 / 전차는 애써 먼발치서 달리고 / 화장터만은 잽싸게 / 눌러 앉은 동네 / 누구나 다 알지만 / 지도엔 없고 / 지도에 없으니까 / 일본이 아니고 / 일본이 아니니까 / 사라져도 상관없고 / 아무래도 좋으니 / 마음이 편하다네
자이니치 시인 김시종의 『이카이노시집』 권두시 ‘보이지 않는 동네’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카이노’라는 행정상의 지명은 1973년 2월 1일에 사라졌다. ‘이카이노’는 일본 최대의 조선인 밀집지역을 가르키는 대명사였다. 하지만 일본인에게 ‘이카이노’는 조선인을 연상시키는 기피 지역이었고, 차별의 공간이었다. 옛날에는 이카이츠(猪甘津)라고 불리웠다. 5세기경부터 한반도에서 집단으로 도래한 백제인이 개척했다는 백제향(百済郷)이기도 하다. 1920년대 구다라가와(百済川)을 개수하여 신히라노가와(新平野川, 운하)을 만들 때 공사를 위해서 모였던 조선인이 그대로 살게 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제주 출신의 자이니치 사진가 조지현이 촬영한 1960년대의 ‘이카이노’는 바로 이 마지막 ‘이카이노’를 현재에 멈추게 한 정지화(静止画)다. 조지현의 이카이노에는 ‘자이니치는 누구인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를 물으며 떠돌던 청춘의 순진했던 사색과 방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에게 제주도와 이카이노에서의 기억은 내 사진 표현의 원점이자 모티브와 주제였다. 사진에 담긴 소년들은 그의 분신이고, 어머니들은 가슴 깊이 남아 있던 어머니의 환영이다.
조지현의 담은 60년대의 ‘이카이노’의 조선시장에는 그대로 제주인들의 삶의 숨결이 살아 있다. 60년대는 ‘한일조약’이 체결된 이후 남북의 정치적 대립이 더욱 격화되었다. 일반인의 일상까지도 스며들어 이웃끼리 말도 안 하던 살벌한 조선시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조지현의 사진에는 남북 대립의 격랑 속에서도 순간의 삶을 살아가던 자이니치 역사의 진실들이 담겨 있다.
‘이카이노’의 사진에는 자이니치들의 생활과 연결되는 절대적 빈곤의 세계가 있다. 이카이노의 모습을 인화지에 극명히 남기고 싶다는 의식과 언젠가 역사의 증언이 될 수 있는 미래를 의식하면서 조지현은 사진을 찍었다. 조지현의 ‘이카이노’는 현실과 부딪히면서 담아낸 저항정신의 사진적 발현이었다. 그의 사진을 통해 우리는 알지 못했던 한민족 이주사의 한 역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기획: 안해룡
출처: 스페이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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