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점 하나
2019년 11월 8일 ~ 2019년 11월 17일
<Clearly Blurry Air>는 clearly(선명하게)와 blurry(흐릿한) 두 단어를 모순어법(Oxymorons)에 착안하여 조합한 합성어다. 이 전시 타이틀은 두 작가들이 공유하는 허공의 정체에 대한 관심과 비정형적인 대상을 선명하게 표상해내는 회화적 작동법을 상징한다.
<허공에 대하여>
조효리
하늘의 눈은 떠다니는 씨앗일 수 있었고, 땅 위의 눈은 떨어진 꽃잎일 수 있었다.
-페터 한트케 < 어느 작가의 오후 >
그러니까 이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순간 어디선가 움터 나온 옹골찬 덩이가 가득 찬 텅 빔에 틈을 내며 내 눈으로 비집고 들어오게 된 것이다. 허공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 이 덩이들을 다듬는 눈길과 손길을 가지고서 나는 부유했다. 이것이 무엇이 되어 무엇으로 보일지가 중요할까 생각하며 이것에 파란색을 던졌다. 아닌가? 여기 허공이 푸르니 이것은 붉어야 하겠다. 얼만큼 그렇게 떠다닌 건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가 거울과 눈이 마주쳤다. 거기에 나는 보이지 않고 이제 육중한 덩어리들이 비치고 있었다. 벌써 해가 져가는지 그림자가 길어 거울막에 겹쳐 있다. 지금 여기, 결정적 순간, 결정적인 곳에 시선을 안착 시키면 당신에게 또한 옹골지게 차오른 붉은 덩어리가 비쳐 보일 것이다. 보이는 그대로를 보면 된다. 망망대해 아득하고 흐릿한 수평선을 바라보듯 이 또한 그냥 바라보면 된다.
하다현
<뼈-살-혼> (<bone-flesh-soul>) 연작은 신체를 축소, 과장, 왜곡하며 다른 사물이나 유기체처럼 보이도록 변형하고 그에 따르는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페인팅 연작이다.
그림에 나타나는 도상들은 실체가 비정형적이다. 내면에서 흐릿하게 존재하는 상을 선명히 그려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여러 번 형태를 다듬어 나가는 것이 유리하고 따라서 드로잉은 필수적 과정이 되었다. 드로잉에서는 직관적인 상징만이 나타날 뿐 그것을 제외한 것들―빛, 시간, 공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림의 대부분은 임의적 설정으로 이루어진다.
임의적인 설정이란 그림의 구성물이 부여받은 흐릿한 역할인데, 허공도 그러한 설정 중 하나이다.
허공은 사막 같은 허허벌판의 텅 빈 공간이되어 주체를 단일히 배치할 수 있는 단상이 되고 수평선으로써 사유를 유도하기도 하며 신기루로써 분위기만을 자아내기도 한다. 주체를 안착하게 하는 구름이라 할 수 있고, 빛내주기 위한 수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느 배경과 마찬가지로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역할은 매우 흐릿하다. 비어있음으로써 실체와 나 사이의 간극을 좁힌다. 허공은 그러한 얕은 임무를 완수하며 주체의 본질을 밝힌다.
포스터 디자인: 플래티넘 디자인
포스터 이미지: 조효리
출처: 중간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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