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문
2024년 12월 31일 ~ 2025년 2월 14일
#1
김종말이 옆집 이사랑에게 편지를 건낸 때는 모든 지붕에 눈이 쌓이는 자정이었다.
#2
종말의 첫 인사로 앵무고기, 올빼미, 돼지, 펭귄, 비둘기, 뱀이 얼굴을 내민다. 홍수로 기울어진 세계에 마땅한 모임은 이 시국이 사랑을 노래하는 시기로 적절한지 묻는다.
성별을 바꿀 줄 아는 앵무고기는 자연의 벗을 자청하고 그림 속 바위는 순결을 입에 문 채 지난 허물을 벗는다. 죽어가기에 살아가는 존재는 우주 생태계에서 저마다 종말을 예비하고 사랑을 예시하는 설파를 믿는다. 어제의 아시아 문화 유산을 전승하고 오늘의 억압된 이미지를 전복하는 회화가 살랑인다.
수면 아래 꿈틀거리는 뱀에게는 그의 악몽을 마주하는 거울이 필요하다. 모두의 의식이 희미한 바닷 속을 유영하는 시선으로, 물 아래 사는 인어는 뭍 위 저택을 지키는 하녀의 종이 옷을 입는다. 그것은 악몽이다. 인어는 그 한복판에 떨어진 종이 뱀의 비늘을 모아 그림자 뱀을 만든다. 가장 진실된 종말로 깊어지는 낮과 밤 사이 일식이다.
또 다른 한복판, 광장에 어긋나는 시선을 모으는 시선이 있다. 비둘기의 것이다. 한낮이 남긴 기억 여럿을 오려 한 장에 배열하는 노동은 잃어버린 몫을 회복하는 곳으로 움직인다. 우는 깨우침으로 웃는 격려는 집회의 형식을 따라 겨울 방문객을 맞이한다. 형식과 현실이 서로를 지탱하는 결심 덕분에 비둘기는 점점 똑똑해진다.
점점 쓰이는 시는 약 대신 병을 고치는 주문을 닮는다. 흰 깃에 검은 점은 자신을 읽어줄 당신을 기다린다. 올빼미의 이름을 글자마다 나누고 하나씩 지우는 모양으로, 시인은 섣부르지만 확신하는 희망을 유리병에 담아 파도에 띄운다.
펭귄은 그저 속사포처럼 운다. 당신이 기뻐하기를 바라는 날 것은 무엇 되기 전에 무엇 하는 중이다. 소녀의 몸은 일기장을 펼치는 손짓이 아니라 그 책을 한 장씩 뜯어대는 분노로 낭독한다. 방 안에서 일어서는 꿈을 꾸지만, 밤 하늘 아래 누워 시선이 멀어지기를 기대한다.
돼지는 제도가 슬퍼서 운다. 종말의 징후가 다가오는 이곳에 시가 쓰이는 연유는 불안하다. 다만 진정으로 외치건데 이곳에는 그의 자리가 있다. 전쟁의 시대가 끝나지 않은 자리에, 사회적 재난이 반복되는 불길함 속에서 시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목도하는 돼지는 진실한 시인이다.
#3
종말에 이름을 붙이는 밤이 필요할까? 끝이 예정된 사랑은 가능할까? 끝에서 시작은, 종말에서 사랑은 당신을 긍정하며 자신을 부정한다. 세계를 성찰하는 기울임, 기울임을 성찰하는 세계를 준비한다.
#4
《종말부터 사랑까지》는 합리성이 사라진 세계를 해체하고 재건축하는 의지를 표명한다. 신년전야(12/31)부터 발렌타인 데이(2/14)까지 겨울의 의지는 ‘종말’과 ‘사랑’의 시제를 재정의하며 기억, 무의식, 믿음을 편집하는 언어를 살핀다. 이곳의 감각과 텍스트는 이미지를 흩트리고 모이는 중첩과 병렬로 어제와 작별하고 내일과 인사하는 움직임이다. 미래를 여는 움직임으로, 시인 세 명과 작가 세 명은 종말부터 사랑까지 침묵하지 않고 오늘밤의 몫을 밝힌다.
참여작가: 구지언, 김누누, 김유수, 김해솔, 안성석, 지지킴
시 낭독: 2024. 12. 31. 16:00―18:00
주최: 소현문
주관: 백림기획, 마음랩
기획 및 큐레이팅: 백필균
전시 매니저: 김해찬
작품 운송: 뉴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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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12:00 - 18:00
화요일 12:00 - 18:00
수요일 휴관
목요일 12:00 - 18:00
금요일 12:00 - 18:00
토요일 12:00 - 18:00
일요일 12:00 - 18:00
휴관: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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