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터테인스테이지
2018년 4월 20일 ~ 2018년 5월 8일
눈, 다 시점의 추억
시각예술에 있어 작가의 눈은 조형언어를 창조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 기관이다. 가장 먼저 대상을 분석하여 그 특성들을 작가의 의식에 전달하는 최초의 기관이기도 하다.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 대상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파장들과 조우하는 것이다. 눈은 우리의 의식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파장을 외부로 전달하고 또한, 외부에서 오는 수 많은 파장들을 읽어내는 일종의 리더기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눈은 대상의 색, 형태, 거리감 등 다양한 정보들을 진동 에너지로 받아 들이게 된다.
도자조각은 도자기의 실용성 보다 흙의 부드러움, 다양한 색의 표현 등 흙의 조형성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장르화된 시각예술이다. 주후식 작가는 도자조각으로 반려견을 빚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손은 흙을 빚는데 있어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주후식 작가가 처음 도자조각에 관심을 가졌을 때, 그의 작업은 흙으로 눈의 다 시점, 즉 대상의 지니고 있는 파장을 시각화시키는 것이었다. 그 다 시점의 대상들은 원초적인 선과 원과 같은 도형으로 표현되었다. 대상들이 작가의 눈을 통하면서 기하학적으로 추상화 되었다.
다 시점으로 대상을 분석했을 때, 선과 원 그리고 도형으로 압축되는 것은 우리의 의식활동에 귀결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우리의 의식은 대상의 다각적인 정보를 암호화하여 기억에 저장시킨다. 대상의 정확하고 정밀한 이미지뿐 아니라 그 대상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형태와 색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정확하고 정밀한 이미지는 잊혀지고 그 근본적인 형태만이 이미지화 되어 기억에, 의식 속에 남게 된다. 작가는 그 근본적인 형태에 집중했다. 가장 부드러운 재료 흙으로. 그리고 불에 구워 단단한 도자조각으로 작업을 마무리한다.
주후식 작가는 자신의 기하학적인 형태들을 정신적 정제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물들이 작가의 눈을 통해 원과 같은 도형적인 기하학적인 형태로 변하게 된다. 또한, 작가는 눈 자체야말로 원이라고 하는 원초적인 형태임을 이야기하면서 다 시점이 지니는 다양한 조형성을 형상화한다.
또한, 작가는 흙 판을 원형이나 사각형으로 일차적으로 건조시키고 기하학적인 선들을 양각으로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음각으로 파내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진행한다. 그 음각의 면과 양각의 선들로 구성되는 주후식의 추상 도자조각은 이중적인 시각 정보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감상된다. 원과 곡선의 반복 그리고 음각, 양각의 조화는 우주의 질서를 형상화 한 것 같기도 하고, 자연을 이루고 있는 어떤 에너지를 시각화 한 것 같기도 하다.
주후식의 이러한 다 시점 기하학의 추상 도자조각은 어쩌면 작가의 내면에 간직되어 있던 작가 정신의 새로운 흐름을 추억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원초적이면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의 흐름을 찾아내는 것. 그것을 시각화하고 조형언어로 치환하는 것. 주후식의 내면을 관통하고 있는 작가 정신이지 않을까. (글. 임대식)
출처 : 아터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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