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갤러리
2026년 4월 8일 ~ 2026년 5월 9일
《금속의 날개_Metallic Wings》는 회화의 본질을 관통하는 시간성과 행위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데서 출발한다. 지근욱은 선 긋기라는 행위 이면에 잠재된 비선형적 감각에 주목하며, 시작과 끝이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새로운 차원의 회화적 경험을 제안한다. 이는 결과를 향해 수렴하는 직선적 과정이 아니다. 서로 다른 연대가 어긋난 채 한 화면에 얽혀 공존하는 ‘아나크로니즘(Anachronism)’적 장소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감각은 이번 전시의 핵심 물질인 ‘금속(Metal)’을 통해 물질적 층위로 호출된다. 금속은 과거를 응축한 시간의 결정체다. 유동적 표면을 통해 단일한 현재를 넘어선 다층적 시공간을 화면 위로 끌어올린다. 특히 금속성 표면이 빛과 맺는 유동적인 관계는 시선의 고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보는 이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깊이와 층위를 발생시킨다. 그로 인해 화면은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감각의 장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비선형적 감각은 작업 과정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는 선 긋기는 더 이상 인과적 순서를 따르는 노동의 축적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행위가 끝나는 지점에서 인과적 연결이 해체되고, 다시 새로운 감각의 운동으로 재구성되는 수행적 기록이다. 마치 하나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그 이전과 이후의 시간을 동시에 감각하는 경험과 유사하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그간 작업을 지탱해온 과학적 메커니즘의 설명 체계를 벗어난다. 정신적 영역으로 사유를 확장하여 수행이 남긴 흔적을 비가시적인 감각의 영역으로 승화시킨다.
이때 ‘날개(Wing)’는 이 변화를 상징하는 개념적 장치다. 그것은 특정한 형상을 지시하지 않는다. 중력과 질료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운동의 방향성을 의미한다. 견고한 금속성 물질이 집요한 반복을 통해 점차 비물질적인 영성의 영역으로 이행하는 과정, 즉 물질로부터 출발한 의식이 다시 비물질적 상태로 상승하는 궤적을 은유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전시는 물질과 정신, 행위와 인식 사이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회화를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유기적인 상태로 제안한다. 기술의 속도가 지배하는 동시대적 흐름 속에서, 작가는 그 너머의 시간을 사유하며 회화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 보인다. 지근욱의 화면은 고정된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다. 찰나의 빛과 영속적인 물질이 충돌하며 빚어낸 무한한 구조적 공간이다.
참여작가: 지근욱
출처: 학고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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