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밈
2019년 5월 24일 ~ 2019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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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Vanishing Point (소실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이 말하길, 욕망은 완벽한 기의를 갖지 못하고 끝없이 의미를 지연시키는 텅 빈 연쇄고리라 하였다. 다가서면 다시 멀어지는 오아시스처럼, 환상이 만들어낸 욕망의 꼭짓점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환각의 거리에서 하염없이 방황하도록 이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맞물려 무(無)로 사라지는 소실점처럼, 욕망의 충족 역시 죽음과 맞닿아 있다. 주체는 환상 너머에 있는 실재와의 치명적 조우를 회피하고 그것을 대신할 현실 속 기표를 찾아 만족하는 삶을 영위한다. 그러나 대체물은 결코 실재의 완벽한 기의가 될 수 없기에 주체는 남아있는 욕망의 잔여물을 뒤로한 채 또 다른 대상을 찾아 떠나게 된다. 욕망한다는 것은 결국 대상이 없는 욕망 그 자체를 욕망하는 것이며, 욕망의 존재 이유는 목적 달성이 아닌 또 다른 욕망의 재생산에 있다.
지지킴의 작업은 이러한 인간의 욕망 구조에 대한 고찰이다. 그녀는 집단 무의식이 토해낸 수많은 기호들을 수집하고 재조합 함으로써 불편한 과거를 상기시키는 어떠한 장면을 구성한다. 1인칭 시점의 영상을 통해 관객은 타자의 시선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알 수 없는 그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강박행동을 반복한다. 이 과정 속에서 자아는 점점 소외되고 환상으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 욕망하는 행위 자체만 남아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
결말 없이 반복되는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해 우리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 지지킴은 환상의 스크린에 현혹된 관객의 뒤편으로 누군가의 존재를 암시하는 사운드를 흘림으로써 관객을 둘러싼 타자의 응시를 의식하게 한다. 보는 주체에서 보임을 당하는 객체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순간, 대상을 향유하던 시선은 주체의 내면으로 되돌아와 무(無)의 장을 견고하게 감싸던 환상의 장막을 날카롭게 찌른다. 찢어진 환상 필터 사이로 흘러나온 욕망의 잔여물은 주체로 하여금 애써 밀어냈던 숨은 욕망을 고백할 것을 강요하며 타자의 욕망이 아닌 타자 그 자체, 나 자신의 내면을 마주 보게 한다.
타인의 욕망을 맹목적으로 쫓는 주체의 껍데기에게 라캉은 환상 너머에 있는 실재의 자리에 타자가 아닌 주체를 두기를 권유한다. 그래야 오인된 자아로부터 벗어나 거울 밖 진짜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Vanishing Point는 주체가 응시하는 욕망의 소실점은 결국 타인에 의한 허상임을 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객이 눈앞의 환상의 스크린을 의심하는 힘을 기르고 자기 욕망과 객관적인 거리를 두어 타자가 지정해주는 욕망이 아닌 주체 스스로의 욕망을 들여다 보기를 기대한다.
출처: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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