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위켄드룸
2022년 10월 19일 ~ 2022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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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서재는 많은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두 공간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구축한 곳으로, 사람들은 이곳을 가꾸고 관리하며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해왔습니다. 이는 지희킴에게 《Sundays》를 위한 개념적, 상징적 배경이 되며 작가가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서사의 변주를 꾀할 수 있는 선제적 장치로 활용됩니다. 지희킴의 작업은 인간을 둘러싼 사회의 관습적 개념의 범위를 해제하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담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반면 최근 그의 작품은 ‘나’라는 유한한 공간과 자신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다수의 관점들 사이의 통로를 적극적으로 마련하려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이는 세상을 본인 시각으로 흡수하는 내적 사유의 과정과 실재하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외현적 절차 모두에서 발견되는 변화입니다.
지희킴의 북드로잉 연작은 타인으로부터 무작위로 기증받은 책 위에 드로잉을 올려 완성하는 회화로, 애초에 작가로부터 출발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이는 반드시 타인의 참여와 관심을 전제로 발화할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형태와 내용의 서적들로부터 시작되는 미지의 여행과도 같습니다. 그는 이러한 모험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한 자아가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무수한 타자들과 접속하는 방식으로서 실험을 지속합니다. 이로써 주어진 기표는 기존의 의미로부터 충분히 해방되며 다음 사용자가 생성하는 서사가 침투할 수 있는 순수한 배경이 됩니다. 관객들은 역으로 작가가 제시하는 여러 사물의 도상과 또 다른 누군가가 쓴 텍스트 사이를 오가며 무궁무진한 시각적, 관념적 유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작가는 정원에 존재하는 요소들의 성질을 각 개인의 내면을 대변하는 함축적인 매개물로 보여주고자 합니다. 고독하고, 때로는 비참하고, 증오심에 불타면서도 때로는 두근거리고 환희에 차며 설레는 시간들은 모든 사람이 통과하는 감정의 편린들입니다. 그는 카오스와 같은 삶 안에 뒤섞여 있는 상충하는 감각들의 지류를 감지하고 이를 인위적인 자연의 공간인 정원으로 이끌어옵니다. 요컨대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감각의 팔레트들이 중첩되며 만드는 낯선 풍경 안으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지희킴은 몸이라는 껍데기 가장 밑바닥에 있는 비언어적 반응들을 조심스레 끄집어냅니다. 인간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변덕스러우며 연약합니다. 몸은 턱없이 작은 충격에도 한계에 부딪히고 유한한 것으로써 금세 사그라듭니다. 정신 역시 외부의 힘에 의해 쉽게 변형되고 그 상태를 가늠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이 존재가 느끼는 언어화, 가시화되지 않은 감응의 양태들은 곧 그들이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고 욕망하는 힘이 되어줍니다. 이처럼 지희킴은 인간이 현실과 상호작용하며 획득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기민하게 살피고 형태를 가진 실체로 옮겨갑니다.
작가소개
지희킴(b. 1983)은 동국대학교 서양화 전공 학사 및 석사, 골드스미스 대학교 순수미술 석사,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박사를 졸업했으며, 이번 디스위켄드룸에서의 개인전 ≪Sundays≫를 포함해 ≪얼지 않는 물≫(표갤러리, 2022), ≪밑에서 솟는 손과 왼쪽으로 흐르는 벚꽃≫(수림문화재단 김희수 아트갤러리, 2021), ≪My Shade Is Yours≫(갤러리 플래닛, 2021), ≪너의 손은 나의 것≫(올댓큐레이팅, 2020), ≪기묘한 살갗≫(갤러리 소소, 2019), ≪B.P [body proof]≫(디스위켄드룸, 2019), ≪겹의 기호들≫(아웃사이트, 2018) 등을 개최했다. 주요 참여 기획전으로는 ≪Layered≫(IBK아트스테이션, 2022) , ≪Nineone Hannam Galleria Pop Up≫(나인원한남, 2022), ≪Art For Green≫(한전아트센터, 2022), ≪Pith of Cake≫(주홍콩한국문화원, 2022), ≪이번 생은 지구니까≫(GS칼텍스 예울마루, 2022), ≪Unbox My Box≫(장디자인아트, 2022), ≪보다, 만들다, 칠하다≫(의정부미술도서관, 2021), ≪비확정 매뉴얼: 드로잉 시점≫(양평군립미술관, 2021), ≪위기의 시대-재구성된 보통_2021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단원미술관, 2021), ≪시간을 기억하는 방법≫(Punto Blu, 2021), ≪깍지≫(OCI 미술관, 2020) 등이 있다.
작가: 지희킴 (Jihee Kim)
기획: 김나형
글: 박지형
번역: 양하빈
그래픽: 보이어
사진: 조준용, 이정우, 홍철기
영상: 파이크 미디어
후원: 수림문화재단,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출처: 디스위켄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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