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xx
2016년 8월 22일 ~ 2016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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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속의 진실(In Dust Real)
백기영(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천근성은 조각을 전공하고 다양한 공공조형물을 제작해왔다. 그의 조형물 작업들은 공공공간에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상을 취하거나 <집 속의 집 2014>, 처럼, 관람객 참여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2013년에 문래동에서 있었던 <예술장이, 공장장이>는 이런 천근성의 초기 작업의 속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때 그가 제작한 작품들은 문래동 철공소에서 사용하는 공구들로 만들어진 동물모양의 공공조형물이나 거대한 용접 마스크를 들 수 있는데, 이 작품들은 문래동 입구에 지금까지 설치되어 있다. 그의 작업은 2015년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진행한 <창작경연 작가대전(이하 창작경연)>부터 커뮤니티 아트 유형의 관계적 퍼포먼스 작업으로 전환된다. 이전의 조형물 작업들이 버려진 장난감이나 플라스틱 용품을 모아 거대한 고릴라나 코뿔소를 연상시키는 ‘재현’ 작업에 몰입해 있었다면, 이후작업들은 조형물의 결과보다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관계나 과정에 더 집중했다.
<창작경연>은 그가 입주 작가로 체류하던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만난 청소 용역 노동자들과의 관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에 작가 작업실은 에어컨을 충분하게 틀 수 있었지만,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방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노동자들이 무더운 여름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었다. <창작경연>은 작가의 방에 설치되어 있는 에어컨의 바람을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방에까지 연결해주는 작업이었다. 그는 건물을 가로질러 에어컨 통로를 설치한 이 작업에서 최근 확대되고 있는 예술기관들이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를 폭로했다. 동시에 이들의 희생을 통해서 기관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예술가의 불편한 마음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윤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했다.
그 해 천근성은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이 기획했던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에도 참여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예술가를 필요로 하는 일반 기업이나 시민단체, 병원 등과 같은 의료시설 등에 예술가들이 찾아가서 각자의 재능으로 이 기관들과 협업하는 사업이었다. 그는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장기간 입원한 채 거동을 할 수 없는 노인환자들에게 자기 집이나 고향집을 찾아가 영상을 찍어서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의 이와 같은 작업은 이른바, 클레어 비숍이 말한 ‘행정예술’ 혹은 ‘시민단체형 프로젝트’에 가까워 보였다. 그동안 작업이 가시적인 시각적 예술을 목표로 했다면, 이 작업들은 삶에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 제작된 것들이었다.
천근성은 이번 전시에서도 문래동 지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먼지’를 소재로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천근성의 먼지는 지역의 사회적 쟁점과 접속되어 있다. 영어단어 ‘industry(산업)’와 ‘dust(먼지)’에서 착안한 전시 제목 ‘In-dust-real’은 ‘산업(Industry)’지역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성을 들여다보는 ‘먼지 속의 진실(In Dust Real)’로 전환하여 해석 가능하다. 한 단어 안에 세 개의 틈을 만들면 완전히 다른 뜻이 되는 언어유희를 통해 ‘산업 공간’은 분자화 되면서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획득하게 된다.
영동포구 문래동 3가를 주소로 하는 문래예술촌은 1960년대 중반부터 50여 년째 '철공소 골목'으로 불리고 있는 곳이다. 소규모 철공소가 1300여 곳이나 있어서 한 때 철조를 바탕으로 하는 조형물제작을 의뢰하던 예술가들이 지금까지 둥지를 틀었고 이제는 제법 예술촌의 풍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 골목에서는 철판이나 강판, 봉제 등을 가공해서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쇳가루 먼지가 발생해서 인근지역에 들어서면 비릿한 쇠 비린내와 누렇게 녹슨 아스팔트를 마주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이 지역을 지키고 있는 공장들은 이런 낙후된 풍경 때문에 예술가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이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도시에서처럼 이 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제조 공장들은 1990년대 이후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영세한 작업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0년대 이후, 도시 내 산업시설들이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산업지구(Industrial area)’는 도시 환경에 유해물질을 내뿜는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문래동 공단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문래동에서 발생하는 산업먼지 및 소음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그들은 ‘소음분진에 고통 받고 있는 ㅇㅇ아파트 주민일동’, ‘ㅇㅇ철강 전입 반대’와 같은 현수막을 길거리에 내걸고 철공소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지역의 문제를 인식한 천근성은 가장 먼저, 먼지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나이스한(?) 먼지수거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는 인근 지역의 가정과 공장, 사무실, 작업장, 가게 등을 찾아서 먼지 수거작업을 수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진행했던 <반복노동대행서비스>를 연상시킨다. <반복노동대행서비스>가 반복노동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마네킹을 디자인하고 제품을 소개하는 형식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작가 스스로 서비스맨으로 나섰다. 그는 전단지를 제작해서 여기 저기 붙이고 SNS를 통해서 서비스 희망자를 모집했다. 먼지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 이 서비스를 수행한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위를 지지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먼지가 예술품으로 둔갑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도 궂은일을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하는 젊은 청년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을 것이다. 대략 한 달 반 동안 모은 60여 리터의 먼지는 ‘카오틱 닷(chaotic dots)’으로 된 프렉탈 구조로 전시장 바닥에 설치된다. 서비스를 제공 받았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먼지를 생산해 낸 ‘먼지 유발자’들이며 여기저기서 모아온 먼지들은 문래동의 철공소 먼지들과 뒤섞였다.
동양철학에서는 작은 ‘먼지’에도 ‘태산’이 있고 ‘물 한 방울’에도 ‘대양’이 있다고 했다. 불교의 <반야심경(般若心經)>이 말하는 ‘공즉시색 색즉시공(色卽是空 空卽是色)’이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먼지’ 하나에도 색이 스며들고 이것이 전체인 듯 가득 차 있어 보이지만, 결국은 ‘공(비어 있음)’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인간은 종국에 ‘먼지’로 다시 돌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먼지’는 삶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천근성은 “먼지를 만들어 내지 않는 인간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 공간의 대부분은 인체에서 떨어진 각질이다.”라고 말하면서 먼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질문하고 있다.
천근성은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그러해 왔던 것처럼,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 철공소의 노동자와 작가의 경계, 입주 작가와 청소용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거나 지워버렸다. 그러다 보니 그의 작업에서 예술은 쉽게 기체 상태로 증발해 버리거나 먼지와 같은 흔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했었던 ‘진실(Real)’을 찾아내고 그의 작업을 통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진 삶을 만들고자하는 순수한 마음을 만나게 된다.
후원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아트스트
협업 아티스트
문우림
본 전시는 문래예술공장 지역문화예술지원 프로젝트 <MEET 2016>의 선정 전시입니다.
별도의 오프닝은 없습니다.
출처 - space xx, 문래예술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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