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17년 12월 6일 ~ 2017년 12월 12일
최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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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안에 드리워진 일상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정윤)
시간은 어느 한 순간의 멈춤도 없이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사람처럼 그저 소리없이 흘러간다. 우리가 흔히 시간을 말할 때 사용하는 시, 분, 초의 단위처럼 누구에게나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객관적인 시간이 있는 반면 개개인만이 겪는 주관적인 시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감정적인 요소들로 인해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러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일분일초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표면적으로 우리는 같은 시공간에 속해 있지만 결국은 이처럼 다른 시간의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석은 작품을 통해 시간과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하며 서로의 연관성을 찾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자 한다.
일상이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의미하듯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날들의 연속이기에 그 속에서의 경험은 사실상 특별하지 않게 여겨지고 잊혀지기 쉽다. 혹은 평소와는 다른 약간의 변화를 느꼈다 하더라도 일상의 범주에 놓고 들여다보는 순간 더 이상 이전과 동일한 감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특별한 순간은 작은 일상에서부터 찾아온다는 점은 변함이 없으며 이는 최근석이 현실에 존재하는 우리 주변의 흔한 풍경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이다. 작가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군중들을 그들만의 주관적인 시공간으로 바라보고 그려나간다. 동일한 때와 장소에 위치한 사람들의 형상은 화면 안에서 각자 자신만의 시간 속을 걸으며 지나쳐간다. 작품을 통해 우리 눈에 드리워진 그들의 뒷모습은 어쩌면 크게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처럼 보인다. 작가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평범하고 의미없어 보이는 순간들을 포착하여 작품으로 표현해 나가는 이유는 나와는 다른 그들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흐릿한 사람들의 형상을 배경으로 거리를 두고 서있는 사람의 형상은 화면 구도에 극적인 대비를 주고 있으며 이는 나와 타자 그리고 다른 시공간에 대한 사유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군중들이 보여주는 일상의 풍경과 더불어 작품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조형요소는 빛이다. 빛도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마찬가지로 미처 의식하지 못한 채 우리와 공존하고 있다. 또한 빛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우리의 눈에 드리워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될 만큼 예술에 있어서 근원적인 존재이다. 작가는 각기 다른 시간과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일종의 빛의 효과가 주는 형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이를 화면 속에 담아낸다. 그림자나 사람 형상의 잔상을 강조함으로써 빛이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군중들의 모습으로만 다가오지만 그 이면에는 평소에 소중한 것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 작가의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 있다.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상도 알게 모르게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조금만 관점을 바꾸어 내 주변에서 특별한 장면을 찾아내고 그 순간을 소중히 한다면 누구나 익숙함 속에서도 생경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평범함이 주는 깨달음을 시각화하여 표현한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바로 그러한 일상 속에 특별함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근석의 바람처럼 익명으로 그려진 군중들의 모습을 통해 이를 감상하는 관람객들이 본인의 삶을 투영하여 들여다보고 스쳐지나가는 일상의 시간들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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